수달

괴생명체 아닙니다

by Everett Glenn Shin

놀랍게도 이 그림은 수달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사람들은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한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동물 대신, 왠지 성질머리가 단단히 오른 듯 한 산속 짐승 같은 얼굴이 그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색연필을 쥐고 이 낯선 생물을 만들면서, 이 녀석이야말로 ‘내가 그릴 수 있는 수달’이라는 확신 같은 걸 느꼈다. 그리고 꽤나 많은 동물을 그렸음에도 아직 이렇게밖에 그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밉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그림그리기를 멈추거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잠깐 동안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진 후 다시 색연필을 손에 들겠지,

내가 그린 수달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그닥 귀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이 어설픈 수달은 어쩌면 지금의 나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도 자꾸만 다시 색을 얹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도, 그림도,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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