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자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을 맞은 날,
두 딸과 함께 회초밥과 커피로 특별한 식사를 나누었다.
수다와 웃음,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는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아주 오래된 장면 하나를 꺼내보게 되었다.
“엄마, 그때 왜 그렇게 내가 공부 안 했는지 알아?”
둘째 딸이 웃으며 던진 말이다.
“나한테 공부는 보상이 없었어.
공부 잘하면 돈이라도 줬으면 전교 1등 했을걸?”
우리는 웃었지만, 나는 그 말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들은 듯했다.
잠만 자던 고등학생
둘째는 고등학교 시절, 거의 매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점심시간에 잠깐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잠들곤 했다.
담임선생님은 미술치료를 권유했고, 나는 딸과의 대화가 끊긴 채로 고민하던 끝에 심리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정상입니다. 단지 흥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격려도 덧붙여 주셨다.
“이 아이는 세상의 것들을 가능한 많이 경험하게 해 주세요.
흡수한 만큼 나중에 폭발적으로 쓰일 아이입니다.”
그 말이 그 시절의 나를 붙잡아주었다.
면접 날의 구름 한 조각
그 아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가던 날이 떠오른다.
“엄마, 알바니까 그냥 편하게 입고 가도 되겠지?”
나는 말했다.
“알바도 사람이 하는 일이야.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서 예쁘게 입고 가자.”
그 말에 아이는 정장을 차려입고, 당당하게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직원이 되었고, 팀장이 되었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인재가 되었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안다.
전시회가 두려웠던 대학생
디자인 관련 전공으로 진학한 딸은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괴로워했고, 학점도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삶은 다른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었다.
기획한 프로젝트마다 히트를 치고, 요즘은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리고 곧,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프랑스 파리 박람회 견학을 보내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더 먼 이야기를 한다
딸아,
엄마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시험도 통과하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세상의 인정과 보상을 받는 사람이 된 것,
그 자체로 너의 인생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
하지만 엄마는 오늘, 한 가지 말씀을 너에게 전하고 싶다.
>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베드로전서 5:5-6)
지금 너의 기획은 성공하고, 너는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성취 위에 ‘겸손’이라는 토대를 쌓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흔들릴지도 모른다.
돈이 채워진 다음의 삶은,
하나님이 설계하신 더 깊은 이유를 따라 살아가야
비로소 너답게 살 수 있는 거란다.
엄마의 속삭임
“월 1억 벌면 100만 원씩 엄마 드릴게요.”
“엄마 노후는 저희가 책임질게요.”
그 말에 잠깐 웃었지만,
나는 속으로 하나님께 속삭임을 들었다.
“네가 아니라, 내가 너를 먹이리라.”
그래, 나는 이미 그분의 손 안에서 평안한 사람이다.
그 평안이 너에게도 흘러가길,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