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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78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문학동네


⭐⭐⭐
p7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서 구석자리를 찾아 맨 앞칸까지 가곤 한다. (중략)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회식이고 행사다.

p57
예민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개인주의자의 선언이 터져나온다. 구석을 찾아다니고 심각한 회식 알러지가 있는 나는 빨려 들어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문득 툭 끊어지는 순간도 맞닥뜨린다.

p59
정말이지 공부라고 잘했으니 망정이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힘들 뻔했다.

판사의 입으로 문유석의 생각을 말하는 것과
문유석의 입으로 판사생활을 말하는 것의 차이가 발생하는 중반부터 힘이 살짝 빠진다.

p136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일간지 칼럼을 통해 꼰대의 지적질을 지적하고 판사의 위치에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시선은 매력적이고 멋지고 박노해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지점에선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p99
공장 프레스 기계에 잘려나간 동료의 손을 들고 타이탄 트럭 짐칸에 앉아 병원에 갔지만 붙이지 못한 채 결국 공장 담벼락 아래 묻은 내용의 시 「손무덤」을 읽으며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다가 후반부는 타성적인 미래지향으로 읽히는데, 내가 수필집에 지나친 개성을 바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실 요즘의 내가 배배 꼬인 탓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첫 페이지만큼 급진적이거나 선언적이지 않다. 인문사회학자의 '개인주의자'에 관한 책이 전혀 아닌 에세이라는 점을 간과했나보다. 선언보다는 개인주의자 감성으로 읽힌다.

신선하고 따뜻한 칼럼을 낱편으로 접하는 매력과 책 한권의 부피로 낱편이 반복되는 것의 매력은 확실히 다르다.

세월호와 학생들에 관한 저자의 심경, 글로 담은 횟수에는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15년.

그나저나 고통받는 개인주의자들이 어서 해방되길 바란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읽어야 할 집단주의자들은 이런 책을 잘 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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