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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80 『체공녀 강주룡』 - 박서련

한겨레 출판


⭐⭐⭐⚡
p152
주룡은 말을 건다. 얘, 강녀야, 넌 곧 시집을 간다. 몹시도 고운 이 하고 부부가 된다. 강녀야, 너는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 그런 것 상상이나 해봤니, 서방은 널 집에 돌려보내고 곧 죽는다. 넌 살인범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 하나만 일어나도 기가 막힌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이 같은 말들을 꿈속의 강녀는 듣지 못한다.

하루키는 시간의 세례를 받은 문학에 관하여 이야기했지만, 내 생각엔 그건 시간의 세례를 받아서라기보다는 시간의 퇴적과 시간의 안개로도 덮을 수 없는 광채와 날카로움이 결국 그 가치를 드러내게 했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에 열다섯의 최전빈과 결혼한 강주룡, 남편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가 남편은 세상을 먼저 떠나고 홀로 되어 평양의 고무공이 된 강주룡, 평양 을밀대 위에서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던 강주룡.

부숭한 몰골로 책을 읽다가 그저 켜두었던 방송의 대통령 광복절 연설에서 그녀의 이름이 들렸다.두텁게 내려앉은 역사의 껍질을 깨고 보다 선명해졌다. 작가의 소설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디뎠지만 그녀의 삶 자체가 갖는 강력, 탄성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소설은 애쓰지 않는 힘으로 강주룡의 삶을 뒤따르고 그려낸다. 살은 붙였겠으나 화장이나 성형을 하지 않았다. 소설가로서 욕심을 부리고 싶었을텐데 참아낸 지점들이 여러곳 있었다.

p242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빛나는 광목을 주룡은 단단히 붙든다. 사실은 두려워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면서, 사실은 살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살고 싶어서 활활 불타고 있으면서.

강주룡(1901~1931) 항일노동운동가
하나만 일어나도 기가막힌 일을 연달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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