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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82 『치인의 사랑』 - 다니자키 준이치로

민음사 쏜살문고


⭐⭐⭐
우선 이 소설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번역가 김춘미님의 번역은 정말 최고다.

카페에서 호스티로 일하는 15세의 나오미를 데려다가 선진 문물(서양)으로 교육하여 세련된 여성으로 만들려는 가와이 조지의 발상과 실천과 질척거림은 이 소설보다 11년 먼저 나온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연상하게 만든다.

몰론 1924년에 나온 이 작품이 패러디로 읽히는데('조지' 버나드 쇼와 가와이 '조지'가 괜히 서로 배배 꼬여 보인다), 막연한 신문물 동경과 156cm의 볼품없는 외모를 가진 남성의 변태적 욕심이 어떤 우스꽝스러운 꼴을 만들어내는지를 보는 재미나 시대성 메타포 보다는, 란포와 비슷한 괴이한 여성 숭배 판타지를 교묘히 즐기는 데 대한 불편함이 앞선다.

p204
왜냐하면 그녀의 가치라는 것은 제가 제 손으로 키우고, 제가 이만한 여자로 만들고, 저만이 그 육체의 모든 부분을 안다는 것이 태반이었으니까, 즉 나오미는 제가 잽한 하나의 과실이나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는 그 과실이 지금처럼 훌륭하게 익을 때까지 정말이지 갖은 노력을 다했고, 고생했고,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그러니까 이를 맛보는 것은 재배자인 저의 당연한 보수이며, 다른 그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에 생판 남이 껍질을 벗기고 이빨 자국을 냈습니다. 그리고 일단 더럽혀진 이상, 아무리 그녀가 잘못했다고 사과해도 돌이킬 수 없어졌습니다.

p301
나오미는 올해 23세이고 저는 36세가 됩니다.

결국 나오미를 조련하려는 조지는 나오미에게 조련 당하는 꼴이 되는데... 이 괴괴하고 순화된 사도마조히즘 로리타를 문학의 독특함으로 즐겨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른 작품인 『소년』이나 『금빛 죽음』 중 하나를 읽어보고 나서 이번 시리즈 읽기를 고민해보련다.

p.s. 표지 일러스트의 화살 똥집도 그다지 맘에 안든다.
       내 퓨리티가 공격 당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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