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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83 『고독한 늑대의 피』 - 유즈키 유코

작가정신


⭐⭐⭐⭐⚡

p26
"야쿠자의 세계에서는 아랫사람이 앞장서는 거야. 귀찮은 녀석이 덤비거나 해서 두목이나 부두목에게 변고가 생기면 손가락이 날아간다고."

훌륭하다. 

근래 읽은 장르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여태 읽은 경찰소설 중에서도 단연 빼어나다. 일본 경찰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삭막함과 잔혹하고 치기어린 야쿠자의 생리를 잘 표현했거니와 잘 활용했다.

사실 책 후면의 (대개 유치유치 뽕짝인) 홍보문구를 믿지 않고 심지어 코웃음 치는 편인데, 띠지 후면의 '치밀한 구성, 탁월한 리얼리티'이라는 문구에 수긍한다. 이야기의 전개나 흡입력이 워낙 뛰어나서 '예측불허의 반전'은 상관없다. 심지어 이 출판사가 그동안 수입, 번역했던 책들 보다 비싼 값인데도 상관없다.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하드보일드 느와르인데, 고독+늑대+피 가 녹아든 제목이 제값을 한다. 훌륭하다. 

p213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1988년 히로시마현 구레하라시에 발령받은 25세의 신참 형사 히오카 슈이치의 직속상관은 독종이자 위법과 야쿠자 유착 의혹이 있는 오가미 쇼고.

구레하라 지역 야쿠자가 세운 금융회사의 직원 우에사와가 실종되고 이를 뒤쫓던 오가미는 연달아 발생한 사건과 보다 큰 야쿠자 간의 권력투쟁에 주목하게 되는데...

14년전 세상을 떠난 야쿠자 절친의 미망인 아키코와의 관계, 현 경찰의 비리, 야쿠자 오다니구미와의 친분에서 벌어지는 층층이 쌓인 장르적 설계와 재미, 작가의 서늘한 시선과 전개가 압도적이다. 문장은 비정하고 날카롭지만 낮게 깔리는 진동을 품고 있다.

대부 시리즈, 무간도 1편에서 느꼈던 기분을 이 책에서 재현한다. 

쌍욕만 늘어놓고 피칠갑을 하고 노출만 늘리면 느와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영화, 소설들이 서로 똥만 싸고 있을 때, 이 책은 구름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다.

p.s. 게다가 초판 1쇄가 8월 20일이니 미래의 책을 읽었음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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