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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86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 김숨

현대문학


p128
"내가 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 해도 엄마에게는말해라."
"내가 간 데가 공장이 아니더라, 군인 받는 공장이더라." 
내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통곡했어.

마음의 빚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내가 왜 빚을 졌는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생이 자지러지는 고통스런 대목에 이를 때마다 나도 알 수 없을 미안함과 슬픔이 털어져 나온다.

재작년에 김숨 작가의 『한 명』을 읽었다. 비선실세 보도가 터지기 전인 8월이었고 작가와 출판사의 당연한 용기가 당연하지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의 소설을 한 권 더 냈고, 증언을 토대로 한 '증언소설' 두 권을 더 냈으며 이번에 읽은 이 책이 증언소설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목소리는 전생의 죄를 반복한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흔적도 없는 전생을 뒤져서라도 이 비극의 이유를 찾고 싶을 정도로 잔인한 것. 어릴 때 죽인 제비 새끼가 날아와서 이렇게 태풍을 일으킨걸까.

p136
그래도 나를 찾고 싶었어. 
예순두 살에 나를 찾으려고 신고했어.
신고하고 큰언니가 발을 끊었어.
우리 아버지, 엄마 제사 지내주는 조카들까지.

처음엔 읽기가 꺼려졌다. 『한 명』에서 쇠못 박힌 목판에 소녀를 이리저리 굴린 대목은 지금도 생생하니까. 

그러나 그것만이 비극이었던가. 

너에겐 아무도 없으니 그 번 돈 달라던 언니들, 정신대 신고 후 연락 끊은 핏줄,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자들,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지껄이는 자들과 사람 팔아 정치하는 자들까지.

p57
이웃집 딸들을 내다 팔았어.
자기 딸들은 집에 꼭꼭 숨겨두고.

시대가 더럽고 나라가 무력해서 이유 없는 폭력과 학대를 받은 이들, 할머님들의 고통스런 기억, 고통스런 구술과 기록과 출판의 모든 과정을 마음의 빚으로 되새김하며 읽었다.



p.s. 현대문학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그렇게 많이 팔아 어디다 쓰는지 잘 알겠다. 더불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는 학술적 문구는 할머님들께서 싫어하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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