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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8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 마르셀 프루스트


⭐⭐⭐⭐⚡
p185
소나타에는 우리 삶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삶보다 덜 환멸스러운 이 위대한 걸작은 처음부터 작품이 가진 최상의 것을 주지는 않는다.

마르셀 프루스트... 이... 문학변태

1권은 대단한건 알겠는데 지루했고 2권은 더 지루했는데, 2부의 절반인 이 3권은 부르주아의 풍요로움에 프루스트의 문학적 풍요로움이 더해진 성찬이었다. 

프루스트가 좋아했다던 베토벤, 특히 그의 피아노 협주곡 5번과도 같은데 지금도 비길데 없는 번스타인과 치메르만의 연주를 떠올리게 한다.

강상중 교수는 소세키의 소설을 일컬어 단 한 문장도 뺄 수 없다 했는데, 그 말은 소세키보다는 프루스트의 이 소설에 더 어울렸다.

다만 동성애자였던 프루스트가 스완과 오데트의 딸인 질베르트에게 느꼈다던(?) 사랑의 감정은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에서 레트가 스칼렛에게 가졌던 괴팍하고도 유아적이었던 광기 품은 사랑보다 절절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은 다분히 좋아하는 감정을 기둥 삼고 문학적 재능을 지붕으로 얹은, 속빈 조개껍데기 같은데, 마치 아래의 발췌문에서 느껴지는 꺼림칙하고도 그때의 분위기에 의해 치환되는 듯한 감정.

p31
우리가 소중한 발견을 하리라는 기대에서 자연이나 예술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기를 열망할 때, '아름다움'의 정확한 가치를 오인할 수도 있는 다른 하찮은 인상들이 우리 영혼 속으로 들어오면 뭔가 마음이 꺼림칙한 법이다.

p49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라 베르마의 천재적인 연기를 깨닫는 것도 라 베르마를 듣고 나서 일주일 후에 나오는 연극 평이나 혹은 현장에서는 아래층 뒷좌석 관객의 박수 소리에 의해서다.

프루스트는 과거의 시간을 포착해서 묘사하는 것이 아닌 그 시간 흐름의 굴곡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면 어떤 지점이든지 가장 선명한 해상도로 그 특징을 자신만의 문학적 재능으로 풍요롭고 다감한 영상으로 제시한다.

이런 문장의 움직임은 특유의 리듬에 있을텐데, 이는 타고난 재능이거나 평생을 애정한 침대 생활에서 연마한 고급 기술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

p267
그 가구들이 마치 페르시아 동화에 나오는, 겉으로는 생명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박해당한 영혼이 숨어 있어 해방되기를 애원하는 물건들처러 살아 숨 쉬며 내게 간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언어와 문장은 이 사소한 에피소드의 끝없는 연장 속에서 문학이 더 위대한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있는데, 책 뒷면의 찬사에 조금의 의문도 들지 않으며 책의 모든 부분을 발췌해서 옮기고 싶기도 하다.

p275
우리가 아는 언어라면 투명하지 못한 소리를 들어도 투명한 생각으로 바꾼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언어는 닫힌 궁전과도 같아서 (후략)

p.s. 규모있는 책... 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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