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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90 『작은 것들의 신』 - 아룬다티 로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
p13
혼동은 더 깊고 더 비밀스러운 곳에 있었다.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서 내내 다른 사람의 서평에 대한 유혹이 일었는데, 다행히 끝까지 읽어냈고(?) 이후 찾아 본 서평에서 말하는 액자식 구성이나 형식주의보다는 해체주의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암무와 그녀의 이란성 쌍둥이 자녀 에스타와 라헬. 암무의 오빠(?) 차코가 영국에서 결혼하고 이혼한 영국인 마거릿과 둘의 딸 소피가 인도를 찾아오고 소피가 익사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라헬의 기억이 현재와 과거, 쌍둥이 에스타의 기억을 오가면서 진정한 사고와 비극의 골절을 짜맞춘다.

소피의 죽음과 엄마 암무의 파문, 에스타의 침묵, 불가촉 천민 벨루타와 이들의 삶을 둘러 싼 문화/정치적 상황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사건은 저자의 건축학적 지식에 의해 지어진 경계면을 따라 해체되고 불가해한 인도의 파탄성을 재구축 한다.

재구축되는 과정이 기괴하다. 서로 스쳐서도 안되는 계급을 지닌 남녀의 사랑보다 쌍둥이의 근친보다 인도 남성의 여성편력과 포스트 식민지의 변태성보다 이 기괴한 재구축 과정 자체가 세기말 용광로 같던 인도의 세계를 확실히 증명하는 것만 같다.

더 깊고 비밀스러운 혼동이 이 해체와 재구축 과정에서 부식된 철골과 바스러지는 콘크리트 더미가 되어 노출되고야 만다.

결국엔 암무와 벨루타의 사랑, 라헬과 에스타의 근원적 연대가 누구도 장례와 혼례를 치뤄주지 않아서 썩지도 않은 화석이 되어 발견된다. 

이 화석을 은밀하게 다시 덮을지 박물관에라도 모셔서 시대의 증거로 삼을지는 민족과 국가의 문제이며 그 감흥도 기실 나와는 너무나 머나먼 사건이다.

이 거리감을 이유로 이렇게 어렵게 읽은 거라며 괜히 변명을 덧붙여본다. 그리고 인도 사회에 여전히 불쾌하고 썩은 열기를 내뿜는 카스트 의식과 성차별에서 멀어지고 싶다.

p.s. 어쨌든 20년 전 인도는 이 책을 내부 총질로 받아들인듯 하니... 펜이 칼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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