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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94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이종산 김금희 박상영 임솔아 감화길 김봉곤, 큐큐


⭐⭐⭐⚡

'우리는 있어요'

점자를 이용한 하얀 표지가 끌어안은 메타포에서 우러나는 감흥이 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점점이 느껴진다.

우리는 있어요
여기에 있어요
하트가 흐르고 세상을 달리는 열차와 같이

여섯명의 작가가 (내가 읽은 작품이 하나도 없는) 외국 고전을 배경과 인물의 성을 바꿔 여섯 단편으로 재탄생시켰다. 

김금희 작가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도 있는 반면에 아직 단행본을 내지 않은 작가들도 참여했는데, 이미 커밍아웃 한 작가의 이름도 들어있다.

퀴어 작가와 퀴어가 아닌 작가의 질감이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의 두번째 감흥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걸린 외줄을 타는 모습이 다르다.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이 다르다. 어떤 글에는 안전망이 걸려있고 어떤 작가의 글엔 평형봉이, 어떤 작가의 글엔 사람만 있다.

퀴어 작가의 글은 개인적이고 경험적이며, 그래서 문학의 이기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p88 <강원도 형>
내 피에는 사람들의 하트가 흐르거든.
그거면 족해. 난.

솔직한 작가의 글은 이기적일 수 있다. 누가 뭐라든, 읽는 네가 어쨌든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활자로 인쇄되어 사 읽을만한 매력과 가치를 얻고 내 개인적인 평점과 상관없이 내 머리속에 자기 마음대로 이름과 이야기를 각인시킨다.

동질감과 이질감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 관찰의 시선이 아닌 삶에 새겨진 절망이 빚어내는 슬픔과 웃음이 절묘하게 뒤섞인다. 

물론 안전시설이 설치된 곡예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낭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퀴어'에는 아직 낙하산이 필요하다. 

p199 김봉곤 작가노트
나의 고향이 누군가에겐 은하처럼 멀고 낯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s. 무엇보다 책을 감싸안은 표지가 훌륭하다. 책의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사라지지 않을 책의 물성을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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