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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노력은 했어. 젠장, 적어도 시도는 했다고, 안 그래?"
작가인 켄 키지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26살에 써냈다 한다.
이 책은 이전에 읽은 <탐독>에서 정유정 작가가 자신의 인생 책으로 소개했었다.
나는 1962년 작인 소설이 아닌 밀로스 포먼의 1975년 작 영화를 먼저 접했다.
존재만으로 섬뜩했던 수간호사(루이스 플레쳐 분)과 혁명가스러운 맥머피(잭 니콜슨)
책을 읽으면서는 싸이코패스를 다룬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과 통제에 관련한 <음모론의 시대>가 떠올랐다. 특이한 잔혹 기질을 통제하려 했던 이모와 엄마, 사회를 통제하려 한 권력자, 특히 정보권력자들.
수간호사인 래치드는 폐쇄된 사회인 정신병동의 권력과 통제의 상징 혹은 그 자체이고, 어느 날 교도소에서 이송된 맥머피는 변혁이다.
수간호사는 용납할 수 없다.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규정한 기준을 뚫으려는 '비정상'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정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정상인은 비정상으로, 욕망을 통제당한 비정상이 정상인으로 치환된다.
정신병동 환자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겠다며 여는 회의도 사실은 수간호사 자신의 '정상에 대한 기준'을 쇠뇌시키는 시간이다. 그녀가 옳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비정상을 강요함으로서 역설적으로 비정상인 정신병동의 환자들의 억압된 욕망이 정상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때로는 불완전하고 복잡하고 지난한 것들이 인간성으로 다가온다.
수간호사의 권력이 자신의 해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거라는 것을 알게 된 맥머피는 수간호사에 대한 맹렬한 투쟁을 잠시 거두기도 하지만 결국엔 전기치료실에 끌려가고 뇌 절제 수술을 받기까지 이른다. 내내 책의 화자이면서 벙어리, 귀머거리인 척 했던 추장 브롬든은 맥머피의 인간성을 살리기 위해 그의 얼굴에 베개를 덮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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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만약 저 사나이가 맥머피라면, 휴게실에 명찰을 붙인 채 이십 년이든 삼십 년이든 누워 수간호사의 체제에 도전하는 자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는 견본으로는 결코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음모론의 시대>에서는 정보 불평등과 권력있는 이들이 좀 더 나을 것이라는 편견과 신뢰 때문에 잘못된 사실과 의견으로 조합된 비정상을 종종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 정상이라고 규정한 것의 본질에는 통제라는 권력 본연의 욕망이 담겨있는것 같다. 그리고 통제를 거부하고 발현되는 인간 본연의 자유라는 본능.
자꾸 세상에 빗대는 것을 불편해 하는 분들이 계실 것도 같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와도 절묘하게 비슷하다. 소설 속 완고하고 비정상적인 제도적 권력의 상징인 래치드 수간호사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p.s. 밀로스 포먼 감독은 <아마데우스>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1975년 작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1976년 아카데미에서 - 작품, 감독, 각색(원작있는 영화의 각본상), 남우주연, 여우주연 - 주요 5개 부문을 수상한 첫 영화였다.
루이스 플레처가 연기한 래치드 간호사는 역대 빌런 순위에도 올랐는데, 시상식에서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위해 수화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