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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04. 2016

『콜레라 시대의 사랑』 _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238 - 16-86

1권 - 138p
51년 9개월 4일 후 페르미나 다사가 미망인이 된 첫날에야 그는 평생 충실할 것이며 영원히 살아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할 수 있었다.



1권은 순수한 이상의 사랑
2권은 현실적이며 보다 에로에로한 사랑



외국에선 단권으로 출판되는 책들이 우리나라에선 종종 분권되서 출간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비뚤어진 시각으로 생각한다면, 
어차피 정해진 독서인구 내에서는 분권 출판이 수익이 더 나은데다 비교적 고급재질을 사용하는지라 합권하면 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런 흘기는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종종 분권이 주는 장점도 있다. 비교적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수월하다는 것,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염두에 둔다면 사랑의 이(二)면을 적절한 지점에서 나눠준다는 것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의 마지막에서 페르미나와 우르비노 박사의 자못 에로에로한 사랑이 등장하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 2>에서는 본격적으로 손으로 만져지는 현실적인 사랑이 등장한다. 



2권에서 보여주는 페르미나-우르비노 부부,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질감적인 현실의 사랑은 우스꽝스럽기도 재미있기도 뜨겁기도 하지만 더럽고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다. 

후반에 들어 10대 소녀와 관계를 갖는 플로렌티노의 모습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하며 이런 류의 사랑으로 비난받는 <롤리타>와 <연인>을 억울하게 만들 정도다. 이 책은 적어도 내게 순수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책을 책장에 꽂아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들도 수많은 모습을 가진 사랑의 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와 만나 삶의 힘든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서도 남편과 아이에 대한 '사랑'이 전제된 고통과 분노와 하소연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권 - 113p
오히려 그같은 공감을 불편하게 느낄 정도였다. 두 사람은 일상적인 몰이해와 순간적인 증오, 상호간의 거친 말과 부부사이의 찬란한 영광의 번갯불들을 함께 극복해 왔다. 




한 남편과 50년을 살고 미망인이 되고나서도 유혹을 거부하는 페르미나 다사와 50년간 여기저기 수백번의 자유로운 관계(오입질이라고 쓰고 싶지만)를 하는 플로렌티노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정조에 관해서 말하는건 적절치 않다. 페르미나가 갖는 야성미는 남성성, 수줍고 감성적인 플로렌티노는 오히려 여성성을 보여주는데 이들의 이런 모습은 그저 '사람'의 일종이지 한 성(sex)의 대표성은 띠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많은 등장인물들이 성을 불문하고 정조를 지키기도 몹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기도 한다.




마르케스라는 노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했던 '사랑' 그 자체의 숭고하면서도 경박스러운 것들이 잘 버무려진듯 싶다. 마르케스는 섹스를 '사랑'으로 적고 있다. (번역가가 '섹스'를 '사랑'으로 모두 윤색하진 않았을 게다.)50년짜리 해바라기도 사랑이지만 미혼남과 과부의 비밀연애도, 10대와의 관계도 사랑이었다. 

그 와중에도 페르미나에 대하 것이 최종 목적의 사랑이었지만 징검다리 처럼 놓여진 그런 사랑들이 없었다면 플로렌티노는 과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

사랑은 목적이면서도 관문과 경험이며 끝나는 관계이기도 끝나지 않는 관계이기도 한 것이리라.


2권 - 292p
그곳에서 죽은 남편과 화해를 했다. 남편의 무덤 앞에 서서 혼잣말로 남편이 들어도 마땅한 욕을 마구 내뱉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 남편에게 자세하게 여행 일정을 이야기했고, 나중에 보자면서 작별을 했다.


역시 플로렌티노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페르미나 다사에게 50년을 함께한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의 무덤이 끝나는 관계인 동시에 끝나지 않는 관계를 보여주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라는 책의 마지막 대사보다 더 깊이 감명받은 문장이다.

2권 p287
마침내 그녀는 항상 서민적인 동료애를 유지해 온 며느리에게 한창 시절에 사용했던 화사한 언어로 비밀을 털어놓았다. "일 세기 전에는 우리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그 불쌍한 남자와 날 괴럽히더니, 이제는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그러더군."



페르미나 다사의 울분에 찬 이 말은 노년에 드디어 불붙은 두 사람의 사랑을 비난한 딸년 오펠리아에 대한 심판이었다.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들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것이에요."


못된 기집애. 
늙어서 먹고 싸기만 하고 살거냐.


더럽다니!

더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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