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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17. 2016

『종의 기원』
정유정 작가 강연 후기 - 교보문고

244

교보를 미워했다 사랑했다... 


며칠전 인생학교 강의에 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내가 언제 신청했... 었더라??' 


아마도 삼사주 전쯤 신청했던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강연 이틀전에 확정 문자를 보내주니... 기억은 가물가물... 약속이 생기면 불참하게 되고 불참하면 다음 강연에 들어가기가 어렵도... 앞으로는 확정 문자를 좀 일찍 보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 강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올해는 광화문 교보 23층에 꽤 자주 가게 되네요 ㅎㅎ


얼마 전 출간한 <종의 기원>과 관련하여 정유정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주제 : 우리는 왜 인간 본성의 '악'을 주목해야 하는가?
시간 : 14~16시


강연 서두에 작가님의 창작의 이유가 바로 저 제목이라고 하시더군요. 
더불어 실제 사건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다고도...


집 뒷 산을 남편과 산책하던 중 실종 아이의 전단을 보고 무심결에 '저 아이 죽었을것 같아'라는 말이 튀어나왔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유기자, 범인도 밝혀졌는데 인쇄업에 종사하는 봉고차 운전자. 부인과 이혼한 후 막노동 등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착실하게 아들을 홀로 키우던 어느 날 음주운전으로 아이를 치게 됐는데 근처 응급실에서 CT장비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에 이동 중 근처 저수지에 아이를 유기한것이었죠. "우리 아빠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범인의 아들의 인터뷰가 뉴스에 뜨고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두 부자를 난도질했습니다. 정유정 작가님은 사건이 궁금해 마침 집근처에 거주하던 두 부자의 아파트 경비를 찾아가게 됐는데 범인인 아버지는 착실하고 밝고 사람좋은 아버지였다고... 흠이라면 '술'을 좋아하는 것 뿐. 

이 사건을 접한 계기로 <7년의 밤>을 쓰게 됐다고 하시더랍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범죄는 범죄고 악한 어떤 것을 뉘앙스로 깨닫게 되면서도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더랍니다. <7년의 밤>을 읽으며 최현수의 모지리 행동에 분노를 느꼈었는데도 그 애매한 지점... 마치 '악'이 칼로 자른 모서리처럼 단정된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28>과 <종의 기원>에까지 이른 것이죠.



오늘 강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것은 

- 공간감각이 없어서 스케치북 두권에 지도를 그리는데 하나는 큰 지도, 다른 하나는 세밀한 지도로

- 소설 인물들의 이름은 '야구 선수'들의 이름을 아주 살짝 변용해서 사용하는데, 야구빠라고 커밍아웃을 하셨습니다 ㅋㅋ

- 악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종의 기원>의 경우 악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 '내 소설에는 파리 한 마리도 날아다녀선 안 된다'는 완벽주의자의 모습도 보여주시고




올해 지천명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매우 젊은 모습이었습니다.

근래 한강 작가님의 책도 읽으면서 보니 두 작가님의 세계가 참 비슷하면서도 다르더랍니다. 그게 독서의 재미를 배가 시켜주기도 하구요.

한강 작가님은 폭력, 악을 관통하는 순수, 인간성, 하얀 것들을 쓴다면, 
정유정 작가님은 악 그 자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공존하는 악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강 작가님은 검은 종이에 흰펜으로 글을 적는다면
정유정 작가님은 하얀 종이에 검은펜으로 글을 적는다고나 할까요.




작가에겐 불편할 수 있는 질문 시간도 길어서 좋았고 싸인 시간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약구매한 <종의 기원>은 덕분에 작가의 사인이 두번 들어간 정말 희귀서적이 되었고, <7년의 밤>도 보다 더 의미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종의 기원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6.05.16.




강의를 듣고나니 <7년의 밤>보다는 덜하다는 생각을 했던 <종의 기원>의 무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재미나 오락이 아닌 정유정 작가가 '악'에 대한 탐구로 이루고 있는 작품세계의 의미에선 두 작품 모두 똑같은 벽돌로 각각의 무게를 지니고 있더랍니다.



즐거웠습니다.

가끔 불편하고 지루하고 오만하고 때로는 작가라기 보다는 마케터로서의 강연을 하는 작가들도 만났었는데, 오늘은 작가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장편만 쓰시겠다고... 
결국 다음 작품은 2018년은 '꼭' 지나야 읽을 수 있다는... ㅜㅜ








네네네.. 제 머리가 뒤로 매우 많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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