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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ug 07. 2016

『왕과 서커스』 - 요네자와 호노부

248 16-95

이 책은 집에서도 바닷가에서도 기차에서도 읽었습니다

쉬면서는 책을 많이 읽겠거니 했는데, 독서도 나름의 일처럼 되어버린건지 드라마보고 영화보고 노다니는 것이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읽었는데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닌 한주라서 완독하는데 오래걸렸네요.

짐을 더느라 조카 장난감을 두고왔더니 조카께서 제 책을 빼앗더랍니다. 조카는 아직 문맹인데(ㅋㅋㅋ) 그래도 요즘은 글자의 모양을 대강 아는지 책을 거꾸로 들진 않네요.


00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한 다치아라이 마치는 잡지사의 의뢰로 네팔을 방문합니다. 관광 관련 글을 쓰기 위해서였는데 도착 며칠 후 네팔 왕가 살해사건이 일어납니다. 황태자가 부모와 여타 가족 8명을 살해합니다. 네팔 사회가 동요하고 해외의 관심이 모여드는 가운데 그녀에게 의뢰한 <월간 심층>에 왕가 살해 사건 기사를 쓰기로 하죠. 

그리고 그녀의 숙소 '도쿄 로지'에서 벌어지는 롭과 야쓰다, 네팔 빈민가의 '사가르'라는 소년과의 사건들. 네팔 왕궁에서 일하는 군인 라제스와르 준위와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01
이 책은 정확한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넘치지 않을 정도로 단정했습니다.

p243
"어허,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놀랐습니다. 다만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체질이라."


여기자인 다치아라이 마치의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안색이 일정(?)한 그녀의 성격이 소설을 담담하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주인공시점인데도 꽤나 건조합니다. 


02

p514 ~ 515
"나는 말했어. 외국 사람들이 와서, 이 나라의 갓난아기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글로 써댔어. 그랬더니 돈이 모였고, 갓난아기들은 더이상 죽지 않게 되었다고."
(중략)…
"일거리는 없는데, 사람 수만 늘었어."
(중략)…
"늘어난 아이들이 융단 공장에서 일하니까, 또 카메라를 든 녀석들이 찾아와서 이런 곳에서 일하다니 비참하다며 떠들어댔어. 맞아, 비참했지. 그래서 공장이 문을 닫았어. 그래서 형은 일자리를 잃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다가 죽었어."


일본 추리소설이 근래 본격사회파라는 이름으로 사회문제를 작품에 투영시키는 경향이 뚜렷하죠. 보여주는 걸 넘어서 비판의 목소리까지 정면으로 던져줍니다. 한국인 강제 징용 등 반성의 목소리를 담은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왕과 서커스>는 오늘날의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서 본격파로서의 주제의식은 분명했지만 추리소설 특유의 분위기나 수수께끼, 이야기의 광역에서 <왕과 서커스>는 전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가 워낙 탁월했죠.


왕과 서커스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

출판 엘릭시르

발매 2016.06.27.




03
화려하고 자못 그로데스크한 표지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네팔 왕가 시해사건, 아들의 부모 및 가족 살해라는 자극적인 사건은 단지 배경으로만 사용됐습니다. 그점에서 독자로서 맥이 빠진게 사실이네요. 실제 사건임을 홍보에도 사용했는데... '이미지와 실제품은 다를 수 있습니다.'가 책에도 적용되다니...

그리고... 문학동네 계열은 왜 이렇게 비문과 오타가 늘 발견되는지... 교열에서 언제나 민음사와 비교가 됩니다. 

문학동네 책값은 비교적 비싼 축에 속하는데, 교열에 제발 신경좀 더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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