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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26. 2016

『주머니 속의 호밀』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4

277, 2016년 121번째 책

아무리 크리스티의 팬이라도 
그녀의 모든 작품이 재미를 주거나
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지는 않죠



그 와중에 
이번에 읽게 된 <주머니 속의 호밀>은 가독성도 높고 
인물과 상황에 대한 크리스티 여사님의 자못 섬뜩한 표현들이 
등골 서늘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p162
경위는 렉스 포티스큐가 죽은 날 밤에 소식을 듣고 몹시 흥분하던 퍼시벌 부인의 모습이 생각났고, 그 모습에서 잔인한 기쁨을 포착했다기보다 그녀의 인생을 둘러싼 권태라는 사막을 보았다.






작품 리스트를 찾아보니 1953년작이군요.





렉스 포스티큐가 사무실에서 갑자기 죽습니다.
사인은 독살.
이상하게도 그의 주머니에 '호밀'이 들어있었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며 사업을 벌여온 포스티큐의 사망을 둘러싸고 젊은 두번째 부인, 아버지의 사업을 호시탐탐 노리는 첫째 아들, 묘하게 차가운 여자집사, 돌아온 탕자같은 둘째 아들이 등장합니다.


p192
닐은 이렇게 말하고, 예전에도 한 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
"다들 밉상이지……."



모두가 밉상인 가족의 저택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두번째 부인이 다시 독살당하고 사라졌던 하녀마저 시체로 발견됩니다. 하녀의 코에는 빨래집게가 집혀있었죠. 이 모든 살인이 왕과 여왕이 독살당하고 하녀가 빨래집게로 집힌 채로 죽었다는 자장가의 노래에 따라 벌어집니다.



-



284쪽에 달하는 소설인데 우리의 탐정 마플은 123쪽에 가서야 등장합니다. 저는 날카로운 '닐 경위'가 주인공인줄 알고있었는데 말이죠. 


어떤 작품에서는 살인사건이 200쪽이나 지나서야 발생하기도 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만 이것도 나름의 반전일지도요 ㅎㅎ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만큼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품은 아닌지라 시중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인지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요.




트릭이나 반전, 속임수에 따른 카타르시스보다는 
세련된 심리묘사가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p146
닐 경위는 이 아가씨의 근사한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싶은 욕망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조심스럽고 유능한 모습 뒤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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