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임정희 옮김
01
생각보다 쉽게 재미있게 읽힌 독일 현대 소설이다. <여름 별장, 그 후>의 독일소설 후유증을 털어내게 해준 책이다.
02 양분(兩分)
아버지와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은 세 아들의 이야기가 외부적으로는 단절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결된 운명(F - Fatum 라틴어로 '운명')으로 나타난다.
무명의 작가 아르투어는 최면술사 공연에 전부인의 아들인 마틴과 현부인의 쌍둥이 아들인 이반과 에릭을 데리고 간다. 최면술사와 한바탕 논쟁을 하고나서 아르투어는 홀연히 떠나버린다.
마틴은 신부, 에릭은 투자전문가, 이반은 미술 큐레이터로 성장하고 각자 삶에서 진짜와 가짜의 삶을 산다. 고해성사를 듣지만 신앙의 회의를 갖고 큐브에 빠진 마틴과 투자자의 자금을 날려버렸지만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성공한 금융가의 삶을 사는 에릭, 미술품 거래를 하지만 모작으로 그의 동성애인인 오일렌뵈크(화가)의 허명을 끌어올리는 이반.
세 아들의 삶과 직업은 자신의 진의를 속인 가짜를 유지해야만 지탱할 수 있다. 그들은 환상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서만 진짜로서의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갑자기 그들을 버리고 도망치듯 떠나버린 아버지 아르투어 만이 소설가로 성공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세 아들이 스물이 넘어서야 어느날 등장한 아버지 아르투어에게서는 어떤 죄책감도 허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버지나 어떤 누구로서가 아니라 본인 자신으로서만 살아가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에릭의 사기가 금융위기(2008년)로 박살나고, 이반은 세상을 떠나고 아르투어는 에릭의 딸이자 자신의 손녀인 마리를 데리고 유원지를 방문한다.
03 이중성, 양면성, 아이러니
마지막 장인 '계절들'에서는 마리와 아르투어의 행적을 통해 작가가 소설의 진의를 해설 해주는 것 같은 뉘앙스가 다분하다.
마리는 유리미로의 출구 바로 앞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다.
아르투어는 유원지 타로카드 점술사와(최면술사 린데만으로 추정되는)의 대화를 통해 운명의 양면성을 마리에게 설명한다.
박물관에 가서는 오일렌뵈크의 그림(이반의 모작), 가까이에선 점과 선이지만 멀리서는 배와 바다가 되는 그림을 통해 F(fake, fate, faith등의 약자이자 제목, 주제)의 아이러니를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