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푸쉬킨 러시아 소설 창비 세계문학전집 고전
이몽룡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배경을 1770년대의 러시아로 그리다보면 이 소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개선된 계몽적 춘향전'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황제를 자칭하는 뿌가초프의 반란군이 곳곳에 도사리는 시대에 다분히 모범적인 그리뇨프와 대위의 딸이 역경을 딛고 사랑을 쟁취하고 반대하던 남자의 부모님도 결혼을 받아들이는...
다분히 해피엔딩을 목적으로 하는냥 주인공 남녀가 각각 뿌가초프와 예카테리나 2세를 우연미 만나 전화위복하는 모양새가 희극적이지만 잔인함과 보은의 인간성을 동시에 보이는 뿌가초프와 불안정세라는 정치 무능과 연민을 동시에 겸비한 여제의 역할은 단편적 선악구조를 탈피하고 있다.
거기에 기회주의자 장교, 남편보다 강한 사령관 부인, 총소리에 기절하다가도 갑자기 담대해지는 여성, 나이많은 하인, 가벼운 성직자 등의 개성있는 조연들이 시대의 그림자와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길지 않고 적당한 사건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그리뇨프의 심경변화가 꽤나 격정적인지라 지루하지 않게, 종종 웃으면서 읽었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에서 추천하는 책이다. 당대 러시아와 푸쉬킨의 삶을 조명하며 설명하는데 비장미 있는 사건들을 소개해주어 참고하며 읽으니 한결 풍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