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철로 된 강물처럼』 - 윌리엄 켄트 크루거

미국 추리소설 명작 추천 RHK

by 뿡빵삥뽕

비록 원제는 아니지만 기차 선로를 빗댄 소설 속 표현인 '철로 된 강물처럼' 거대한 상실을 마주한 가족이 고통을 정면으로 통과하며 극복하는 드라마를 아버지 드럼 목사를 주축으로... 그리고 종교(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중추로 삼고, 미스터리라는 요소를 훌륭한 지렛대로 엮어 말하고 있다.

기독교의 진의를 드럼 가족을 통해 고통스럽지만 극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러면서도 추리소설로서의 플롯을 적절히 이용해 그 카타르시스도 놓치지 않았다.

1960년대 뉴브레멘의 화목한 드럼 목사 가족의 첫째 딸이자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줄리어드 장학생 입학이 예정된 에어리얼이 숨진 채로 강가에서 발견된다. 생의 가장 찬란한 하루를 보내고 죽은 그녀는 잔인하게도 화자이자 누나를 사랑했던 둘째 프랭크에 의해서 발견된다.

참전후 변호사가 아닌 목회의 길을 택한 네이선, 그의 아내 루스, 프랭크와 말더듬이 막내 제이크가 겪는 에어리얼의 죽음이 가져온 고통, 그리고 쏟아지는 혼란과 슬픔.

내가 불가지론자라 기독교에 관해 뭔가 쓰려는 시도가 조금 걸리지만, 미국의 존 파이퍼 목사는 술 취한 트럭에 치어 어린 딸이 도로 한가운데 떨어져나간 모습을 차에 깔려 피를 흘리는 상태로 보고있는 아버지가 그럼에도 감사하다며 기도하는 것을 극단적이지만 기독교 정신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짧지 않은 소설이 미스터리를 차용해서 그 상황을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직시하고 있다.

물론 반기독교적 입장의 독자는 불편할수 있는 소재겠지만, 이 소설은 호불호를 떠나 대부분의 목사와 교회와 신학이 교인들이 떠날까봐 침묵하고 외면하는 이천년 넘게 존재해 온 그 종교의 명백한 실체를 방증한다. 신약이 허울을 모두 털어낸 후 마지막까지 남는 순전한 의미는 사실 숭고한 것이다.

애드거 상을 포함해 장르소설 분야의 7개 상을 휩쓸었다는 재미를 증명하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추리소설의 탈을 쓴 <순전한 기독교>이며, <깊은 강>의 연민을 닮았고 <사해 부근에서>와 같이 기적과 판타지없이 오롯이 현실과 현재만 주목하는 평범한 감사(원제가 Ordinary Grace)를 묵직한 울림으로 던져 놓는다.

좋은 책을 읽으면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출판사와 번역가에게까지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은 민음사의 <소피의 선택>을 번역했던 한정아라는 분이 번역을 했다. '조용히 해라' 와 '조용히 해'의 뉘앙스 차이까지 분명하게 번역됐다.

서점에 재고도 거의없고 출판사가 홍보를 잘 안했던것 같아 자잘한 흠은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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