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크리피 스크리치』 - 마에카와 유타카

창해 마에카와유타카 일본 추리소설 공포

by 뿡빵삥뽕

그의 장기이자 특질이라 할만한 건조하고 차가운 수술실 메스같은 문체는 여전하다. 현직 교수인 마에카와 유타카의 세번째 작품인데 <크리피>보다는 정돈되었지만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을 넘어서지는 못한 듯.


이번에도 역시나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공포, 도시 괴담소설에 가깝다. 추리보다는 특유의 살풍경한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작가.

이번에도 일상의 배경을 아무렇지 않게 범죄의 소굴로 만드는데, 이런 무심한 문체의 나열은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당연하다는 듯, 일상 속의 안전불감증을 위협하는 듯한 자극같기도 하다.

이전 작품에서는 집과 가족, 이웃과 명문대 생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대학의 여자화장실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시마모토, 나카하시, 유이 등 일견 흔한 느낌이다.

학점을 이용한 대학교수의 여학생 성희롱, 교수 집단과 교직원 집단간 계급주의, 경찰의 꿍꿍이가 작품 속에서 교집합을 이루며 함께 버무려 지는데, 교수인 작가의 이런 집단간 사회적 함의를 은근히 비판적으로 다루는 솜씨가 좋다.

주인공의 숨겨진 사이코패스 본능이 눈 뜨는 계기가 사실 그렇게 설득력 있지는 않았지만 <크리피>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돈되어 있다. 다카쿠라 교수의 출연을 최소화시킨 점은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독자가 시리즈를 개별적으로 읽기에 위화감이 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는 동시에 전작에서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가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연이은 시리즈에서 다시 경험치 않토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읽히기도 했다. 다카쿠라 교수를 현직 교수인 작가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게 만드는 애정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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