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김소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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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한국소설을 읽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충만감.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내 얄팍한 양심을 찔러댄다. '이런 이야기를 아느냐, 왜 모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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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반공, 민주화의 진통을 겪으며 함께 매립되고 덮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로써 살아남아 이름으로 상처로 활자로 기록된, 소외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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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프레스 밥'이 된 왼쪽 손목을 멋도 모르고 회사 관리직원의 사탕발림과 은근한 협박에 녹아 알지도 못하는 종이짝에 오른손 엄지를 꽉 눌러주곤 돈 오백만원에 팔아먹었다. 그 통에 산업재해 지정을 받지도 못했고 받은 돈은 치료비 빼고 나니 기껏 길거리 완구노점상 차릴 밑천만 달랑 남았다. 그나마 시작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일제 단속 정책 때문에 밑천마저 홀랑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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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와 경제성장으로부터 배반당한 다수의 그들과 1987년 이후 한국의 이중성을 감내하며 살아낸 그 자녀세대의 교집합을 김소진이라는 작가의 소설집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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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1963~97)은 한겨레 기자생활을 하다 '95년 전업작가로 돌입하지만 '97년 위암으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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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휘를 풍성하리만치 사용하여 시대의 가장 빈곤하고 처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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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3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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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분명히 흔적을 남긴 시대의 상처, 그것을 어떻게해서라도 글자로 새긴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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