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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9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김소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김소진, 문학동네

⭐⭐⭐⭐☄
한국인이 한국소설을 읽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충만감.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내 얄팍한 양심을 찔러댄다. '이런 이야기를 아느냐, 왜 모르느냐'

개발과 반공, 민주화의 진통을 겪으며 함께 매립되고 덮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로써 살아남아 이름으로 상처로 활자로 기록된, 소외당한 사람들

p42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프레스 밥'이 된 왼쪽 손목을 멋도 모르고 회사 관리직원의 사탕발림과 은근한 협박에 녹아 알지도 못하는 종이짝에 오른손 엄지를 꽉 눌러주곤 돈 오백만원에 팔아먹었다. 그 통에 산업재해 지정을 받지도 못했고 받은 돈은 치료비 빼고 나니 기껏 길거리 완구노점상 차릴 밑천만 달랑 남았다. 그나마 시작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일제 단속 정책 때문에 밑천마저 홀랑 날렸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으로부터 배반당한 다수의 그들과 1987년 이후 한국의 이중성을 감내하며 살아낸 그 자녀세대의 교집합을 김소진이라는 작가의 소설집으로 읽었다.

김소진(1963~97)은 한겨레 기자생활을 하다 '95년 전업작가로 돌입하지만 '97년 위암으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우리말 어휘를 풍성하리만치 사용하여 시대의 가장 빈곤하고 처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써내려간다.

p273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말자.

어딘가에 분명히 흔적을 남긴 시대의 상처, 그것을 어떻게해서라도 글자로 새긴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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