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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07. 2018

70 『소피의 선택』 - 윌리엄 스타이런

 『소피의 선택』 - 윌리엄 스타이런, 민음사 세계문해전집

★★★★☆

p422 - 소피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 사실을 알았다면, 대부분이 가스실로 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거예요."

영화는 영화대로 원작인 소설은 소설대로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고통과 비참함을 증명한다.

소설은 미국의 흑인 노예사(남부)를 나치의 학살과 대응시키는 동시에 소피가 겪은 처절하고 고통스런 고백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팅고의 개인사와 성욕을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작가도 독자도 스팅고의 재잘거림이 '소피의 선택'에 비하면 얼마나 작고 사소한 것인지 극단적으로 알고 있지만, 결국 그 좁힐 수 없는 온도와 무게의 차이에서 죽음같은 삶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가학적이며 마약중독자이자 성도착증 변태로 등장하는 네이선을 떠나지 못하는 소피를 영화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소설을 통해서는 사작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p156 - 단지 죽음이 그만을 데려가고 자신은 남겨둘까 봐 두려웠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측하지 못한 불상사가 일어나, 둘 다 똑같이 치사량을 복용했는데도 그만 죽고 그녀 자신은 또 한 번 불행한 생존자로 남게 될까 봐 두려웠다.

네이선은 나치 군의관에 의해 아들과 딸 중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정신적 학대를 겪고 아물지 않은 균열을 떠안고 사는 소피가 선택한 자해 도구이자 피안의 중개자였다.

#한야야나기하라 가 쓴 #리틀라이프 의 주인공인 쥬드는 동성 성폭력을 겪으며 자랐고 그 상처를 잊기 위해 끊임 없이 자해와 자학을 저지른다. 끝이 없는 고통, 출구 없는 그 운명으로 부터 구원을 얻기 위해 그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괴롭힌다.

이 소설은 해소되지 않는 영원한 고통이 존재하며 거기서 탈출하려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반복되지 말기를 역사에 바라는 한 작가의 비명같기도 하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듯한 원초적 성애에 관한 작가의 자기고백적 서사는 불안한 예감을 강타하는 비극적 선택의 순간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역사의 한 장면 앞에서 무엇에 집중하는지를 지켜보는 작가의 시험과도 같았다.

p467 -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눈을 부라리며 고인들의 더럽고 치명적인 열정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기는 했다.

p479 - 이날은 심판의 날이 아니었다. 아침일 뿐이었다. 아름답고 빛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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