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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13. 2018

76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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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4

"아, 움직인다. 세상이 움직인다."

아버지 용돈 덕에 부유한 룸펜으로 지내는 서른 살의 다이스케가 3년 전 자신의 중개로 결혼한 히라오카, 미치요 부부와 재회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결혼을 제안하는 아버지와 형, 형수는 일본이라는 사회의 각기 다른 모습이다.

소설 내내 부러운 동시에 답답했던 다이스케가 몸이 연약한 미치요와의 연정을 히라오카에게 알리고 가족에게 들키면서는 그 비현실적인 이기심과 동화적인 망상에 뺨이라도 날려주고 싶었는데...

소설 마지막, 생활비도 가족의 연도 끊겨서 낙동강 오리알이 된 다이스케가 일자리를 찾아 나서며 전차에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가 이 소설의 의미에 다가가게 해줬다.

"아, 움직인다. 세상이 움직인다."

개인이 욕망을 발견하고 결단하고 실행하면서,

사회의 관습과 편견과 헤어지면서

다이스케는 움직이고

세상이 움직인다

그러고 나서야

그 후가 이어진다.

자전 할 때 공전한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내가 나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세계도 나를 깨닫게 된다.

p.s. 흔들리는 부부를 건드리는 다이스케의 유아적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데, 지랄 폭풍이 몰아쳐도 결혼을 유지해야 하던 당시의 풍속과 이혼의 자유(?)가 그나마 더 보장된 지금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다. 당사자들에게 무의미한 결혼생활=관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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