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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21. 2018

83 『흰』 - 한강

『흰』 - 한강, 난다


p118

그렇게 당신이 숨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결국 태어나지 않게 된 나 대신 지금까지 끝끝내 살아주었다면.

재작년 이맘때  읽었을 때와 다른 지점이 맴돈다.

입 속에서도 맴돌고 흰 어떤 (보편적인) 것들에 대한 내 기억 속에서도 맴돈다.

작가 먼저 태어나 일찍 죽은 두 아기처럼 내 위에도 생의 기회를 먼저 쥐었지만 너무 일찍 놓친 두 아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비록 태어나지 못한 채 사라졌지만.

한강 작가는 하얗고 순수한 어떤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 위에 먼지처럼, 군대처럼 쌓인 관습과 권력을 관통하는 작가다. 관통한다는 것은 작가 스스로의 표현이었고 무엇을 관통하는 지는 평론가들과 작가와 독자가 각자 또 서로 발견하는 일이 된다.

이 시+수필+소설의 알맹이를 갈아 섞은 책에서 작가는 자신과 공존할 수 없을 언니에 대한 엄마의 기억을 끄집어 내서 다듬고 닦고 자신과 한 자리에 놓아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고는 불가능했을 관계를 소설로 가능하게 만든다.

기묘한 환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화해와 생존을 위해 작가가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 연결해 주는 또 다른 세계가 최근의 두 소설 이 후 이 책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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