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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06. 2018

96 『문』 - 나쓰메 소세키

『문』 -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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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그후 와 함께 소세키의 전기傳記 3부작의 마지막 소설로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아시히 신문에 1909년 10월 부터 연재되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그 때로 이 사건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대학을 졸업한 산시로를 다룬 <그 후>의 다이스케에 이어 <문>에선 친구를 배신하고 친구의 동거녀와 정분이 난 소스케라는 이름의 인물이 등장한다.

세 작품의 세 주인공은 처한 상황이나 지나온 과정의 세세한 부분이 미묘하게 다를 뿐 같은 인물로 여겨도 충분할 정도로 큰 궤는 같다. - 그래서 전기 3부작

이를테면 다이스케에겐 형이 있었고 친구의 부인을 뺏은 셈이나, 소스케는 키워야 할 고등학생 동생이 있고 친구의 동거녀와 정분이 난 것이다.

아버지가 죽은 후 재산 정리를 돕고 동생의 학업을 지원해 주기로 한 숙부 내외는 재산을 가로채고 숙부가 급사한 후 숙모는 동생 고로쿠의 학업 지원마저 끊는다. 그래도 넋 놓고 있는 소스케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했지만... 체념에 빠진 무기력한 모습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부부는 친구 야스이를 배신한 일로 도시에서도 가장 고립된 안쪽(p29)에서 지낸다. 큰 소득이 아니래도 관청의 일에 만족하며 아이도 없이 조용히. 6년간 세명의 아기를 잃었지만 둘만의 삶에 만족한다. 그러다가 숙모의 배신으로 고로쿠를 데리고 사는 것이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집주인 사카이의 동생이 몽골에서 돌아오면서 이런 우연이 있나 싶게 부부가 배신했던 친구 야스이가 동업자로 함께 귀국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주칠까 두려워 일주일 휴가를 내어 홀로 가마쿠라의 절로 도망간다.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는 이해하고 정당화했으나 상대(세상)에겐 그럴 용기나 명료한 해설을 할 수 없는 한 인물의 조용하고 내성적인 방황을 보는 듯 했다.

p232 - 소스케는 밖으로 나갈 용기를 잃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당당할 수도 없는 조용한 욕망에 충실한 이 부부의 소설 속 결론은 불편한 현실(야스이와 관청의 구조조정, 아내 요오네의 병)을 다행히 피했으니 앞으로는 그나마 나은 생활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고 소박한 희망, 기대였다.

당대의 수재였던 소세키가 성공가도를 포기하고 막연하게 고민하며 바랐던 삶이 그런게 아니었을까 하면 어딘가 애닲다.

#문 #나쓰메소세키 #나쓰메소세키전집 #현암사 #일본소설 #고전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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