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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n 03. 2018

118 『괜찮아』 -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괜찮아』 -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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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5부작 드라마가 방영중이고 1편은 5부작의 두번째 작품인 #badnews 다. 소설 5부작의 1편은 #nevermind

남은 네권의 책을 기다리게 만드는 1권이다.

이 소설은 자전적인 고통의 문학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문학 강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소설로 썼던, 문학이 있어 다행이라 했던 대만 작가 린이한을 떠올릴수 밖에 없었다.

p111 - 이 불가해한 폭력에 생각이 분열되었다. 공포가 패트릭을 포위하고 개의 아가리처럼 패트릭의 몸을 물어 으깼다. 아버지는 다 때리고 난 뒤 사체인 양 패트릭을 침대에 떨어뜨려 놓았다.

부계 폭력에 노출된 상류층 소년 패트릭 멜로즈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 뒤 그대로 강간 당한다.벽에 붙은 도마뱀붙이로 억눌려 압축된 그 충격의 시간.

p117 - 의학적으로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았다. 궁둥이 사이에다 조금 마찰을 가했을 뿐이다. 언젠가는 학교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죄를 범한 게 있다면 아들 교육을 시작하는 일에 너무 극성을 부렸다는 점이었다.

성인이 된 패트릭이 등장하는 2편을 극화한 드라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버지에의 증오, 공포,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게 솟구치는 마약중독자의 극단적인 분열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포석을 충실하게 제공한다.

p195 - 해야 할 말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은 모퉁이를 돌아 달아나,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의 무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상류층의 은폐되고 은폐의 엄호를 받는 삶과 위선, 고고한 척 양심의 협심증을 겪는 모습이 하루라는 소설의 시간에 그대로 응축된다. 멜로즈 부부가 주관하는 저녁. 초대받은 비굴한 귀족과 그의 나이 어린 정부. 유일하게 정상적인 철학 교수와 그의 미국인 아내.

아내를 괴롭힌 칼리굴라에서 자신의 정당성과 권위를 찾아 헤매는 데이비드 멜로즈는 식사 자리에서 그런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데이비드 멜로즈로부터 지배의 고문을 당하는 엘리너 멜로즈는 남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패트릭을 낳는다. 원치 않는 임신과 모성애의 본능, 모성마저 통제하려는 남편의 독재는 그녀가 국제아동기금으로 도피하게 만든다.

자전적 이야기의 특징, 거미줄 같이 촘촘하고 극단적으로 예민한 묘사가 나열된다. 20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결코 쉽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붙든다. 집요하다. 부끄러운 일기를 애써 숨기려는 은폐의 자국이 있다. 자신을 지우고 잊고 싶은 심정이 느껴진다. 저자의 일생을 반복해서 맴돈 그 지옥같은 시간에 독자도 맴돌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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