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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24. 2018

138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민음사 오늘의 젊은작가

⭐⭐⭐☄
p28
엄마란 자신이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죄송합니다와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마땅한 존재였다.

p44
한 때 같이 일했던 선배의 경험담을 통해 외벌이니 맞벌이니 구별하는 방식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후려쳐지며

p118
요진은 남의 집안 우환을 두고 아침부터 출근길 안줏거리로 삼는다는 인간적인 죄책감의 귀퉁이를 세모꼴로 접어 두고 웃었다.

외딴 교외에 정부주도로 세워진 공동 실험 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이 겪는 인위적인 섞임의 불편과 관계의 허영에 관한 소설이다.

가족과 공동체, 이웃에 관해 어릴 때부터 세뇌시켰던 환상, 신기루가 21세기의 변화하는 세태와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데, 작가의 의식도 날카롭고 문장도 세련되어서 이 시리즈의 장점, 잘 읽히고 사회 비판적인 그 영역에 자연스럽게 안착한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짐작하는 영역.

p133
한번 다림이를 부탁하면 다음번 유사시에 자신이 세아와 우빈이를 맡아야 할지 모른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 같았다.

이들이 부딪히는 분야 중 가장 예민한 지점은 육아, 공동육아다.

추리소설의 밀실처럼 고립된 12세대의 건물에 틀어박힌 네 가족의 입주조건도 장기거주조건도 아이다. 저능한 행정의 영역이 함몰시키는 지점과 결국 제로섬 경기가 되는 부모들간 눈치싸움.

거기다가 주목받고자 하는 개인과 분리되고 싶은 개인, 친절을 내세운 바람기, '집사람'이라는 기울어진 어휘, 경제 문제가 뒤섞이면서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진다.

왜 이렇게 날카롭고 드세고 공통점도 없는 인물들로만 건물을 채웠는지 물을 수도 있지만...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공동체 주의의 허위, 의도적인 어울림, 작위적인 이웃 정서, 현실을 보기엔 한참 뒤떨어진 기능장애 행정관념이 너무 잘 보여서 쉴새없이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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