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3

by 달리는 느림보

아버지는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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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가족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모두 전달하면 수술을 하자고 동의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가족 수만큼 반복해서 성심성의껏 전달했지만, 듣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람, 하면 안 된다는 사람, 본인이 선택하게 하자는 사람, 수술은 하는데 방사선치료는 하지 않아도 되냐는 사람,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만 해보는 건 어떠냐는 사람......


아버지는 완강히 수술을 거부했고, 가족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하루 휴전 하고 다음 날 가족들은 다시 모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누나집으로 가고 있었다.


“아버지 생각 좀 해보셨어요?”


“수술은 안 할 거다.”


‘왜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두 글자가 차마 입에서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물어보면?

이유를 말씀하실 거다.


이유를 들으면?

반박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만약에 아버지가 나에게 설득되어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는 이유를 들어도 반박하고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를 들을 필요가 없다.


이유를 들을 필요가 없다면 왜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니다. 아버지의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아버지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나는 비겁했다.’


결국 아버지의 의사대로 수술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주일 뒤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했고, 의사 선생님께 수술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전달하였다.


선생님은 6개월에 한 번씩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2년 6개월을 더 살다 하늘로 가셨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미국대표시선 손혜숙 엮고 옮김(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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