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과 다문화와 이주배경

공공언어 톺아보기(7) 혼혈, 다문화교육, 상호문화교육, 이주배경 가정

by 이무완
혼혈선수.png 'NBA도 주목한 용산고 주장 다니엘' <조선일보> 2025. 6. 30. 21면

영국인 父 한국인 母 혼혈선수

한 신문을 읽다가 ‘영국인 父 한국인 母 혼혈선수’ 하고 쓴 작은 제목을 봤다. 용산고 농구부 주장인 에디 다니엘을 소개한 기사다. 그런데 ‘혼혈 선수’로 굳이 써야 했을까. 본문에서 쓴 것처럼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이라고만 써도 될 말이다. 물론 다니엘 스스로 “자라면서 혼혈이라고 차별 대우를 받거나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고 말한 대목이 있어서 그대로 끌어다 썼다고 으드득, 삐딱한 얼굴로 답할지 모르겠다.


혼혈, 인종과 핏줄이 섞인 잡혈?

공직자 등은 병역 사항을 스스로 밝혀야 하지만, 이때도 공개해선 안 되는 질병 이름과 심신 장애 내용과 처분 사유를 <병역공개법 시행령> 별표에서 들어놨다. 처분 사유로는 '혼인 외의 출생자, 혼혈인, 고아’ 이렇게 셋이다. 공공연하게 떠벌리지 말라고 했을 때는 다 까닭이 있으리다. 내 보기에 그 답은 배달말 사전에 나온 ‘혼혈(混血)’의 뜻풀이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1」 서로 인종이 다른 혈통이 섞임. 또는 그 혈통.≒잡혈

「2」 혈통이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 =혼혈인.


‘종족’은 “조상이 같고, 같은 계통의 언어·문화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이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민족이라고 해도 뜻은 별다르지 않다. 비슷한 말로 든 ‘잡혈’은 말맛이 개운치 않다. 잡것, 잡귀신, 잡생각, 잡풀, 잡놈 같은 말에서 보듯 ‘잡혈’엔 알게모르게 ‘뒤섞여 더러운, 막돼먹은, 자질구레한’과 같은 느낌이 든다. 혼혈과 뜻이 맞서는 말은 ‘순혈(純血)’을 떠올려보라. 순(純)에선 ‘깨끗하다, 온전하다’는 마음이 든다.


'상호문화'와 '이주배경'은 괜찮나?

‘혼혈’ 말고 ‘다문화’란 말로 바꿔 쓰는데, 다문화는 어디까지나 단문화, 달리 말하면 단일문화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단문화(단일문화)는 어디서 어디까지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더욱이 내남없이 써온 ‘다문화’란 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나. 콕 집어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 말에 낮잡는 마음은 병아리눈곱만큼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말을 요즘엔 ‘상호문화교육’나 ‘이주배경 가정’이란 말로 바꿔 쓴다. 이들 말도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끼리 혼인해서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을 기본값으로 두고 쓰는 말이다. 교육, 행정, 복지 정책을 추진할 요량으로 꼭 써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이것저것 다 떠나 자라나는 아이들한테는 결코 써서는 안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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