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곡, 묘실, 미꼴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76)

by 이무완

≪동해시 지명지≫(2017)에 항골과 덕골 사이에 있는 골을 가리켜 묘실, 묘골, 묘곡, 미꼴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천곡동의 가운데에 위치한 마을로서, 마을 가운데로 고속도로가 지나가서 마을이 동서로 갈라졌다. 예전 지명은 묘실에 가까웠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을 한자로 苗谷(묘곡)으로 적는 것이 굳어져 묘골이라는 혼합된 지명이 발생하였고, 이 묘골이 음변화하여 흔히 미꼴로 발음한다.(258쪽)


‘항골과 덕골’ 사이, ‘천곡동의 가운데’, ‘마을 가운데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는 기록을 실마리로 해서 톺아보면, 오늘날 동해삼육초등학교와 동해웰빙스포츠타운 사이 골짜기에서 동쪽으로 동해센트로빌아파트까지 이어지는 골짜기다. ‘묘골, 묘실, 묘곡’이라고 했고, ‘미꼴’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땅이름에서 ‘실’은 마을이나 골을 뜻하는 신라말 흔적으로 곧잘 ‘곡(谷)’으로 바뀐다. ≪동해시 지명지≫ 설명으로 보면 ‘묘실→ 묘곡→ 묘골→ 묘꼴→ 미꼴’로 달라졌다.

그렇다면 한자 묘(苗)는 어떤 뜻으로 들어갔을까. 한자 묘(苗)는 ‘모’, ‘이삭’으로 새긴다. 짐작컨대 묘는 [모]나 [므]가 들어간 소리를 받아적은 한자로 볼 수 있다. 배달말 땅이름에서 물은 ‘믈, 므리, 뭇, 무, 매, 미, 모’처럼 다양하게 나타난다. 물론 산을 뜻하는 ‘뫼’가 ‘미, 메’로 바뀌기도 하지만 땅 모양으로 보면 골짜기 사이에 있는 마을이긴 해도 산을 뜻하는 ‘뫼’일 가능성은 적다. 초록산 줄기가 남동쪽으로 흘러가면서 북동쪽에 느릿하고 펀펀한 평지를 이루고 마을 앞으로 내가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묘곡.jpg 1917년 <조선지형도>

오히려 미꼴을 ‘미+골’에서 온 말로 보면 본디 뜻은 ‘물골’이 된다. 자연스러운 귀결로 말밑을 ‘므리+골’이나 ‘므리+실’로 볼 수 있다. ‘므리실/므리골’이 ‘모실/모골→ 묘실/묘곡→ 묘골’처럼 된 것은 아닐까.

지금이야 아스팔트로 죄다 덮어 도로(한섬로)로 쓰는 까닭에 개울이 보이지 않지만 서쪽 초록봉에서 흘러나온 도랑물이 묘골 가운데를 흘러 동해센트로빌아파트 뒤편(지금은 공용주차장)을 지나고 롯데시네마동해, 천곡동행정복지센터, 동해시보건소 앞을 거쳐 한섬 앞바다로 흘러든다. 말하자면 한섬로는 애당초 사람의 길이 아니라 물의 길이고 물의 골짜기다. 물가를 따라 생겨난 마을이니 물골이고 물골이 미골, 모골처럼 홀소리 바꿈으로 묘골, 묘곡에 이른 셈이다.



배달말 한입 더

미더덕’의 ‘미’나 ‘미나리’의 ‘미’도 ‘물’을 뜻한다. ‘미더덕’은 물에서 나는 더덕이라고 해서 생겨난 말로 본다. 생김새도 더덕과 비슷한 데다 껍질도 두툼하여 더덕처럼 벗겨 먹어야 한다. ‘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리(풀)라는 뜻이다. 인천을 가리키는 옛 땅이름 미추홀(彌趨忽)에서 ‘미’는 물로 해석한다. 미추홀은 고구려 때 땅이름인 매소홀(買召忽)과 같은 뜻인데, ‘미’와 ‘매’가 모두 ‘물’을 뜻하는 말인 셈이다. 이곳 땅이 눅눅하고 물이 짜다는 ≪삼국사기≫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역’도 말밑을 따라가 보면 ‘물’과 이어진다. 미역 생김새가 여뀌 잎과 어슷하여 ‘물+여뀌’, 곧 ‘매역’이라고 하다가 뒷날 ‘미역’으로 소리바꿈이 일어났다고 본다.

한편 옛말에서 물은 ‘마’로도 나타난다. ‘장마’는 길 장(長)과 ‘마ㅎ’를 붙여 만든 말이다. 중세 국어에서는 ‘댱마’인데 이때 ‘마ㅎ’는 ‘물’을 뜻한다. ‘마ㅎ’는 ‘말갛다, 맑다’에서 생겨난 이름씨다. ‘댱마’가 ‘쟝마’를 거쳐 ‘장마’로 굳어진 셈이다. 말 그대로 오래도록 오는 ‘물(마)’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물론 ‘장마’를 가리키는 옛말로 ‘오란비’가 있다.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1527)을 보면, 한자 임(霖)을 ‘오란비 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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