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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라는 말

영어 탈을 쓴 일본말인 줄 알고나 쓰자

by 이무완


우리 입에 붙은 말 가운데 영어인 줄 알았는데 일본말에서 온 말이 있다. 이를테면 덤을 주거나 생각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때, 또 제값에 붙는 웃돈, 기대를 넘어선 이익 따위를 가리켜 ‘플러스알파’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영어 탈을 쓴 일본말이다.

‘+α’로 쓰고 ‘플러스 알파’(plus alpha)라고 읽는데, 1960년대 초반에 들어온 말로 보인다. 기록을 찾아보면 ≪경향신문≫ 1965년 3월 3일치 1면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인다.


이곳 외교소식통에 의하면 1억불 이상의 민간차관을 「1억·플러스알파」로 하여 동 「알파」를 4억불로 함으로써 무상 3억불 정부급 차관 2억불 민관차관 5억불 도합 10억불로 하자는 교섭은 지난번 추명일(椎名日) 외상이 방한했을 때 정일권 국무총리에 의해 제시, 추명 외상도 “고려하겟다”고 약속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민간차관 5억불로 정 총리, 일측에 제의>)


알다시피 1962년 11월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지시를 받고 일본 도쿄에서 일본 외상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를 국민 모르게 만나 협상을 벌인다. 3시간 30분 협상 끝에 청구권 문제를 매듭짓고 그 결과를 쪽지로 남기는데, 일본이 한국에 건넬 돈이 얼마인지 어떤 식으로 주는지만 적고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아 뒷날 다르게 해석할 불씨를 남긴다. 이때 협상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플러스알파’라는 말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영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플러스알파’(プラス‐アルファ )란 말은 자신들이 잘못 알고 지어낸 엉터리 영어임을 ≪디지털대사천≫(https://gw1.kr/k0aXg)에서 분명히 말한다.


プラス‐アルファ《(和)plus+α(アルファ)》もとになる数量にいくらかつけ加えること。「本給に—の手当てがつく」[補説] アルファは、未知数を示すXをギリシャ語のαに読みまちがえたものという。英語ではplus something) (플러스알파 ≪(일본식 영어) 플러스+α(알파)≫ 본디 수량에 어떤 양을 더하는 일. 「기본급 말고 얼마의 수당을 더 받다.」 [보충설명] 알파는 알 수 없는 수 X를 그리스어로 α(알파)로 잘못 읽은 것이다. 영어로, 무언가를 더하다.)


‘보충설명’에서 보듯 일본 사람들은 영어 X를 그리스어 α로 잘못 알고 썼다고 말한다. 영어 X를 휘갈리듯 쓰면 마치 그리스어 α처럼 보였기 때문에 ‘플러스알파’로 썼다는 소리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알파로 썼는지 모른 채 어엿한 외래어로 대접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려놓고 ‘영어+그리스어’라고 얼버무렸다.


물론 말에는 사회성이 엉킨다. 입에 붙은 말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사전에도 오르고 우리 말 질서에 뿌리내린다. 그것을 나무랄 마음은 조금도 없고 설령 안다 해도 바로잡을 수도 없다. 다만 제대로 된 사전이라면 말밑도 제대로 밝혔으면 하기에 하는 말이다.


출처

≪한국일보≫ 2024. 8. 3. 3면 <美 고용지표 악화에 투심 냉각… 빅테크 의구심에 증시 발작>

≪경향신문≫ 1965. 3. 3. 1면 <민간차관 5억불로 정 총리, 일측에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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