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입다, 부상 당하다는 겹말이다
한 신문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봤다.
2024 파리 올핌픽에서 생애 첫 메달을 획득한 몰도바 출신 남자 유도선수가 기쁨에 겨워 과격한 세리머니를 하다 팔이 어깨에서 빠지는 부상을 입었다. (≪한국일보≫ 2024. 8. 3. 17면 <동메달 획득 세리머니 하다… 오른팔 탈구된 유도 선수>) → 팔이 어깨에서 빠졌다.
얼마나 기뻤으면 팔이 어깨에서 빠질 만큼 세리머니를 했을까. 내남없이 쓰는 말인데 ‘부상을 입다’는 말을 한참 봤다. ‘부상’과 ‘입다’는 말은 뜻이 겹치기 때문이다. 부상(負傷)은 말 그대로 “ 몸에 상처를 입음”이란 뜻이다. 그러니 ‘부상을 입다’나 ‘부상을 당하다’ 같은 말은 누가 봐도 겹말이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조차도 ‘부상을 당하다, 부상을 입다’ 같은 보기로 들어놓았을 만큼 입에 붙은 말이라서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을 ‘다친다’로 쓴대서 말뜻이 달라지지 않는다. ‘당하다’나 ‘입다’는 말에 ‘입음’의 뜻이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다친다’는 말에도 ‘입음’의 뜻이 있다.
말은 흐르는 강물 간다. 이런 말 저런 말이 섞이고 엉킨다. 겹말이 생겨나는 데도 나름 까닭이 있다. 아마도 ‘부상’만으로 ‘다쳤다’는 뜻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에 ‘입다’나 ‘당하다’와 같은 말을 덧댔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아주 버려야 할 말이라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언제든 말의 주인은 사전을 깁는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장마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모든 사람은 더 쉬운 말, 더 깨끗한 말을 쓰려고 애써야 한다, 그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말난김에 ‘탈구되다’나 ‘탈골되다’ 같은 말도 ‘빠진다’로 쓰면 좋겠다.
기사 출처
≪한국일보≫ 2024. 8. 3. 17면 <동메달 획득 세리머니 하다… 오른팔 탈구된 유도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