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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탕개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5) 회탕개, 횟가루, 횟돌

by 이무완

동해시 땅이름에 보면 ‘회탕개’라고 있다. 고불개나 화랑개에서 보듯 ‘개’가 들어간 땅이름은 흔히 ‘갯가’나 ‘포구’를 말한다. 자연스럽게 회탕개는 바닷가나 갯가 어름인가 싶은데, 생뚱맞게도 ‘회탕개’는 산이 첩첩으로 둘러선 곳에 있다. 아래 위성사진을 보자. ‘회탕개’는 삼화동 쐑실에서 뒤편으로 있는 산이다. 이곳을 넘어가면 이기동이 된다. 달리 말하면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개’다.

동해-삼화-회탕개.jpg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회탕개 (위성사진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횟가루, 횟돌, 횟물에서 보듯 ‘회’는 석회를 가리킨다. 쐑실 앞쪽에 세계 최대 규모 시멘트 생산 공장인 쌍용씨엔이 동해공장이 있다. 1968년 10월 31일 1, 2호 소성로로 하루 3만 톤을 생산한다. 또 시멘트 이전 알맹이인 클링커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설비가 전천을 따라 동해항까지 이어져 있다. 8킬로미터가 넘는다. 이곳에서 앞으로 백 년 넘게 석회석을 캘 수 있다고 할 만큼 석회석이 풍부하다. 실제로 삼화동 곳곳이 석회암 채석장이다. 인공위성 사진으로만 봐도 네 곳이나 된다. 어디 삼화동뿐이랴. 동해시는 석회암 지대로 횟돌이나 횟가루가 많다고 해서 ‘횟골’이 곳곳에 있다.

그러면 뒤따르는 말인 ‘회탕’은 뭘까? 버력탕, 쇠지랑탕, 죽탕, 진흙탕, 흙탕 같은 말에서 보듯 ‘탕’은 버력이나 쇠지랑, 흙 따위가 너무 많아 뒤범벅인 자리를 말한다. 회탕은 횟돌이나 횟가루가 지천으로 널려 횟가루투성이 땅이라는 뜻으로 쓴 말로 보인다.

이제 남은 말은 ‘개’다. 앞에서 말했듯 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강이나 내, 강가나 바닷가를 뜻하는데 회탕개는 내도 강도 없는 산등성이 고갯마루다. 내 생각이지만 처음엔 ‘회탕고개’라고 하다가 고개에서 ‘고’가 슬그머니 떨어지고 ‘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땅이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을 줄이는 일은 우리 말글살이에서는 매우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배달말 한입 더

버력탕: 광산에서 광석이나 석탄을 캘 때 나오는 쓸모없는 잡돌(버력)을 내버리는 곳.

쇠지랑탕: 쇠지랑물을 받아 썩히는 웅덩이.

죽탕: 땅이 질어서 뒤범벅이 된 곳. 또 그런 상태.

진흙탕: 흙이 질척질척한 땅.

흙탕: 흙이 풀리어 몹시 흐려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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