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을 무시하는 산림청
꼬불꼬불 고사리/ 이 산 저 산 넘나물 /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 오자 옻나무 /말랑말랑 말냉이 /잡아뜯어 꽃다지 /배가 아파 배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물 /바귀 바귀 씀바귀 /매끈매끈 기름나물
초등학교 음악책에 나오는 <나물노래>다. 고사리, 냉이, 꽃다지, 씀바귀는 내남없이 다 아는 이름일테고, ‘넘나물’은 원추리 어린 순을 말한다. 가시나물은 엉겅퀴의 다른 이름이요 기름나물은 잎에다 기름을 바른 듯 윤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듣자니 이렇게 우리 땅에서 나는 산나물을 널리 알릴 요량으로 산림청에서 ‘숲푸드’라는 국가 공동 상표를 냈다고 한다. 숲에서 나는 다양한 임산물 가운데 먹을 수 있거나 먹거리로 삼을 수 있는 식물이나 버섯을 ‘숲푸드’로 등록해서 소비를 늘리고 생산자 소득을 높이고 지역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하니 짝짝짝 손뼉 쳐주어야 하건만 '숲푸드'란 말은 암만 좋게 보려고 해도 거슬린다.
<나물노래>에서 보듯, 우리 겨레는 아주 먼 옛날부터 밭두렁 논두렁에 나는 풀은 두말할 것도 없고 산과 들에서 자라는 온갖 풀과 나뭇잎을 나물로 먹어왔다. 먹어서 탈이 나는 나물, 이를테면 고사리 같이 독이 든 풀들은 슬기롭게도 데치고 말리거나 물에 담가 독성을 빼고 먹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와 곰도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백일을 동굴에서 견디면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 않나. 더욱이 ‘산나물이 반 식량’이라고 할 만큼 옛사람들은 풀과 나뭇잎을 나물로 즐겨 먹었다.
본 줄기로 돌아가 ‘숲푸드’는 ‘숲+푸드(food)’처럼 배달말에 영어를 붙여 지은 말이다. 산에서 나는 나물을 싸잡아 가리키는 말이 없다면 모를까, 공공기관이 이따위 거북한 말을 굳이 품 들여 지어야 했을까. 더욱이 산나물이면 그냥 산나물이지 ‘숲푸드 ○○○’처럼 쓰는 일은 아마도 없을 거다. ‘나물’이란 말이 있고, 들나물이나 바다나물과 구별할 요량이라면 ‘산나물’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나날이 쓰는 말은 입에 붙은 말이라야 한다.
배달말 한입 더
나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산나물 산에서 나는 나물.≒멧나물, 산채.
들나물 들에서 나는 나물
바다나물 바다에서 나는 식물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
봄나물 봄에 산이나 들에 돋아나는 나물.
풋나물 봄철에 새로 난 나무나 풀의 연한 싹으로 만든 나물.
햇나물 그해에 새로 난 나물.
묵나물 뜯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나물.
잎나물 주로 잎을 먹는 나물. (※ 배달말 사전에서 ‘뿌리채소’는 찾을 수 있지만 ‘뿌리나물’이란 말은 없다.)
단나물 단맛이 있는, 맛 좋은 나물. (※ 배달말 사전을 보면 ‘단나물’은 있지만 ‘쓴나물, 신나물, 매운나물’ 같은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