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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골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44) 무쇠골, 무시골, 수철동, 문막

by 이무완

우리 어머니는

날마다 시장에 가십니다.

오늘도 새벽에 나갔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쇳덩어리입니다.

(부산 동신초등학교 4년 김순남)


철이 나는 골짜기

앞에 든 시 ‘우리 어머니’는 ≪우리 문장 쓰기≫(이오덕, 한길사, 1992)에 나온다. 이 시를 살리는 말은 ‘쇳덩어리’라는 말이다. 저도 모르게 마음에서 터져 나온 아이 말이라서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쇳덩어리와 비슷한 은유 표현으로 우리는 곧잘 ‘무쇠’라는 말도 쓴다. ‘무쇠 팔, 무쇠 다리, 무쇠목숨’ 같이 쓴다.

그렇다면 무쇠골은 어떤 뜻으로 지어낸 땅이름일까.

≪동해시 지명지≫(2017)는 “옥녀봉에서 동북쪽으로 떨어진 골짜기. 이곳에서 철분이 함유된 광석이 나와서 생긴 이름이다. 지금도 무쇠골 산줄기에 올라가면 누렇고 붉은 갈철이 나온다.”(302쪽, 쇄운동)고 설명해 놓았다. 이 골짜기를 달리 ‘무시골’이라고도 한다. 철분이 들어 누렇고 붉게 녹슨 돌멩이가 ‘갈철’인데 배달말 사전에는 ‘갈철석’으로 나온다. 무쇠골은 ‘무쇠’가 나는 골짜기라서 생겨난 땅이름으로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무쇠를 가장 굳세고 단단한 철로 생각하지만, 사실 단단하기로는 강철이 으뜸이다. 무쇠는 한자말로는 생철(生鐵), 수철(水鐵)이라고 하는데, 강철에 견줘 무르고 녹도 더 잘 슨다. 달리 말하면 무른 쇠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물+쇠’에서 생겨난 말로 보았다.

무쇠골.jpg


무쇠골, 쇠붙이가 정말 나왔을까

무쇠골에는 하나같이 옛날 쇠를 녹이던 골짜기라거나 쇠를 녹여 주물을 만들던 대장간이 있었다는 풀이가 따라붙는다. 가령, 경북 구미시 무을면 무수리의 땅이름 유래를 보자.


1680년 경 경주이씨가 마을을 개척하여 무쇠(鑛)를 녹여 주물을 만들었다는 곳이라 하여 무쇠골이라 하며 또한 임진왜란 때 피난처로서 전화(戰禍)가 없는 동네라 불렀다. 이때 무쇠골이 어감이 좋지 않고 근심이 없는 동네라는 말에서 무수곡이라 하였다 한다.


이 말이 정말일까 싶다. 무엇보다 우리 땅 곳곳에 ‘무쇠골’이 수두룩하다. 그런 골짜기마다 쇠붙이를 녹여 거푸집에 붓고 농사일에든 살림에든 쓸 연장을 찍어낼 만큼 철광석(자철석, 적철석, 갈철석)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무쇠’하고는 아무 얽힘이 없다. 무쇠골이라는 이름이 있는 골을 찾아보면 대개 골짜기 사이 냇줄기가 뻗어가는 곳이거나 골짜기에서 물이 흘러와 모이는 데다.


무쇠골은 물 골짜기다

무쇠골은 ‘믓++골’에서 생겨난 땅이름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무시골’도 ‘무수골’도 설명할 수 있다. 배달말에서 ‘물’은 ‘무, 믈, 뭇’처럼 소리 바꿈이 매우 잦고, ‘뭇++골(울․막)’처럼 되면서 ‘무쇠골, 무수골(무수막, 무수울), 무시골, 뭇막(문막)’ 같은 땅이름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그러니 ‘무쇠골’은 ‘물골’에서 생겨난 땅이름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 땅이름을 한자로 적으면서 수철동(水鐵洞), 금호동(金湖洞), 무수곡(無愁谷), 문막(文幕) 같은 이름이 생겨나고, 한자 이름이 생기자 이에 맞춰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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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말 한입 더

무쇠목숨 아무리 어려운 고비를 당해도 좀처럼 죽지 않는 굳센 목숨.

쇠고집 쇠고집에서 ‘쇠’를 ‘철(鐵)’로 잘못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무쇠 고집’이라는 말을 지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쇠는 쇠가죽, 쇠고기, 쇠뿔, 쇠귀에서 보듯 소 특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앞가지다. ‘쇠고집이나 닭고집이나’라는 속담이 있는데, 소나 닭이나 고집 세기로는 도긴개긴이라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뜻매김을 보면 “몹시 센 고집. 또는 그런 고집이 있는 사람.≒소고집, 황소고집.”으로 풀어놨다.

쇠똥 쇠를 불에 달구어 불릴 때에 달아오른 쇠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쇠찌, 쇠찌끼

쇠똥 1. 소의 똥.≒소똥. 2. 어린아이의 머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때. =쇠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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