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개골에서 모과 찾기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52) 모과, 모개, 모괘, 모개골

by 이무완

사람들이 모여 살면 마을이 생겨나고 자연히 마을 이름도 생긴다. 대개는 산(뫼), 강, 개, 들, 골, 샘, 내, 골, 굴, 나루, 고개(재), 바위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으로 삼는다. 여기에 ‘안, 밖, 가, 가운데, 앞, 뒤, 위, 아래, 사이(새), 건너, 너머, 벋은(뻗은), 곧은, 돌, 굽은, 가는, 너른, 좁은, 늘어진, 갈라진’ 같은 말이 보태지면 땅이름은 더욱 많아진다. 어디 그뿐이랴. 동물이나 식물 이름을 넣은 땅이름들도 많다.


모개골은 정말 모개가 많을까?

모개나무골이 있다. 모과를 지역말로는 ‘모개’나 ‘모괘’라고 했다. 자연스런 귀결로 누구라도 ‘모과나무’나 열매인 ‘모과’와 얽힘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동해시 지명지≫(2017)에 나온 ‘모개골/모개나무골’을 톺아본다.


맹방골의 오른쪽 능선 너머의 골짜기. 예전에 짐승이 묻으면 이곳에다 묻었다 한다. 일설에는 모과나무가 많이 있어 생긴 이름이라 한다.(쇄운동, 303쪽)


‘모과’는 ≪훈몽자회≫(1527)에서 “楙 모〯괏〮 무〯 俗呼木瓜”로 적었다. 배달말에서는 ‘모과’와 ‘목과(木瓜ㆍ木果)’를 함께 썼는데, 모과는 ‘목과’에서 말미암은 말로 본다. 한자를 풀면 나무(木)에 달린 참외(瓜)다. 옛 참외가 지금과 달라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빛깔로 보면 나무 참외라도 해도 그닥 어색하지 않다. 모과나무는 장미과로 꽃이 참 이쁘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열매 탓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할 만큼 못생김을 빗댈 때마다 끌려 나오곤 한다.


목(木)이 남(南)을 될 때

저 남쪽에 있는 목포의 옛 이름은 ‘물아혜(勿阿兮)’였다. 듣기에 따라 ‘물 아래’와 어금지금하다. 목포가 영산강 끄트머리에 있어서 강 아래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조선 태조 때에 이르러 ‘목포’가 된다. 나주 남쪽(앞쪽)에 있는 개(浦)라고 하여 ‘남개(南浦)’라고 했는데 이 말이 어떻게 ‘목포’로 훌쩍 건너뛰었을까. 아마도 받침(ㅁ)에 홀소리를 붙여 두 마디로 소리내면서 ‘나무개’(木浦)로 생각했거나 ‘남(南)’을 ‘남ㄱ(木)’으로 잘못 받아 적으면서 ‘목포(木浦)’로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모개골’을 쪼개서 보면 ‘목+에/애+골’로 나눌 수 있다. 남쪽이나 앞쪽에 있는 마을로 해석해봄직하다. 서울 남산의 딴 이름인 ‘목멱산’에서 ‘목(木)’도 ‘멱(覓)’도 모두 앞쪽이나 남쪽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래 지도에서 보듯 평해읍 학곡리 모개골(큰 마을인 삼달리 남쪽?)이나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모개골(남쪽으로 트인 골짜기) 정도나 겨우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목, 다른 곳으로 빠질 수 없는

그래서 말인데, ‘목’을 길목, 나들목, 노루목에서 보듯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한 곳으로 보면 어떨까. ‘모개골’은 목이 되는 곳에 있는 마을로 볼 수 있다. ‘모개골’을 찾아보면 대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고개 너머로, 내 건너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마을에 모과나무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내 보기엔 길목 마을이라서 목골, 목의골이라고 하다가 모개골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 다만 똑 잘라 이런 뜻이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배달말 한입 더

갈림목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

길목 큰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가는 어귀.≒길나들이, 길머리.

나룻목 나룻배가 늘 건너다니는 물목.

노루목 넓은 들에서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좁은 지역.

다릿목 다리가 놓여 있는 길목.

물목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

바닷목 흔히 섬이나 곶에서 떨어진 앞바다에서 배가 다른 데로 빠져나가는 바닷길.

바람목 바람이 흘러 들어오거나 흘러 나가는 길목

참외 단맛이 나는 진짜(참) 오이(외)란 뜻이다. ≪구급간이방언해≫(1489)에 차매, ≪번역노걸대≫(1517)에 외로 나온다. 흔히 과일로 생각하지만 오이(물외), 수박, 돌외와 같은 덩쿨식물로 통모양 열매가 달리는 박과 식물로 채소다. 전 세계 참외의 99퍼센트가 우리나라에서 난다.(※굵고 붉은 글자는 아래아(ㆍ)가 든 글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능골, 새능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