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뿔과 재뿔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59) 재뿔, 보름뿔, 부리, 뿔

by 이무완

‘재뿔’은 뭐고 ‘보름뿔’은 또 무어란 말인가. 소뿔처럼 땅이 뾰족하게 솟은 땅인가 하는 마음도 든다.

≪동해시 지명지≫(2017)는 ‘재뿔’은 동해시 남쪽에 있는 “단실 마을을 둘러싼 고개 및 산들의 기슭”(395쪽)인데, ‘재+뿌리’가 줄어든 말로 보았다. ‘보름뿔’은 동해시 북쪽인 망상 들에 있다. “보름재에서 남서쪽 포강 쪽으로 내려온 능선 줄기”(65쪽)다. 매밑마을과 약천마을 사이로 흘러 내려온 야트막한 산 봉우리를 ‘보름재’, ‘거북봉’, ‘십오야봉(十五夜峰)’이라고도 하는데, 너른 들 사이로 밀고 나와 불쑥 오른 까닭에 보름재에 서면 망상 들판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옛날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잿마루에 올라 달맞이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보름재’라는 이름은 이 풍습에서 생겨났다. 어쨌거나 보름뿔은 보름재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가리킨다.

보름재0.jpg 보름재. 동해시 심곡동 약천마을 어귀에 있는 자그만 산봉우리로 거북을 닮았다 해서 ‘거북봉’이라고도 한다.

보는 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재뿔이든 보름뿔이든 부리같이 쑥 불거져 오른 ‘봉우리’라고 하면 ‘뿔’이란 말이 조금도 거북스럽지 않다.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우리 나라 훈몽 책을 보면 산을 다만 ‘산봉우리’라 하고, 방언으로 ‘부리’라고 한다. (가운데 줄임)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봉우리를 ‘봉’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모두 그 뜻을 ‘부리’라고 한다.(185쪽)


‘부리’는 본디 새나 짐승 주둥이, 물건 끝이 뾰족하게 된 데를 가리키는데, 산봉우리를 ‘산부리’라고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부리’를 줄여 ‘불’을 거쳐 ‘뿔’로 소리낼 법도 하지만, 어째서 ‘산줄기’를 ‘뿔’이라고 했을까.

결론부터 앞질러 말하자면 재뿔, 보름뿔 할 때 ‘뿔’은 ‘부리’가 아니다. 풀이나 나무 밑동에서 뻗어 나온 ‘뿌리’를 가리킨다. ‘재뿌리’가 줄어 ‘재뿔’이 되고 ‘보름재뿌리’가 줄어 ‘보름뿔’이 되었다. 그래서 ‘보름뿔’을 달리 ‘보름뿌레기’라고 했다. ‘뿌리’를 지역말로는 ‘뿌레기, 뿌리기, 뿌럭지’라고 했다. 재뿌리는 산줄기에서 뿌리처럼 뻗어 나온 땅을 말한다. 재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밑뿌레기’라는 곳도 있었다. 동해고속도로가 나면서 매밑뿌레기는 지금은 없다.

재뿔과 보름뿔01.jpg 보름재(심곡동)와 재뿔(단봉동)

배달말 한입 더

꽃부리 꽃잎 전체를 가리키는 말.

날갯부리 새가 날개를 접었을 때, 날개의 맨 끝부분. 사람의 손목에 해당한다.

돌부리 땅으로 내민 돌멩이의 뾰족한 부분.

멧부리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발부리 발끝의 뾰족한 부분.

산부리(山-) 산의 어느 부분이 부리같이 쑥 나온 곳.

총부리(銃-) 총에서 총구멍이 있는 부분.

콧부리 콧날 위에 약간 두드러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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