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1

미안해요, 너무 누추해서

by 파도타기

23살이 어른인 줄 알아?

아버지는 23살은 어려서 결혼할 수 없단다.

난 내가 어른인 줄 알았다.


도대체 우린 왜 헤어졌을까

이별 통보도 없이 헤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말을 못 하는 줄 알았을 거야.

그 앞에만 가면 가슴이 쿵쾅거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거든


옷을 잘 못 입어 촌스러웠을까?

헤어진 후

양장점 가서 몇 벌의 옷을 맞추었.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이야기


그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어.

사표를 내고 외무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했지

난 외교관 부인이 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말렸지


내가 대학을 간다고 을 때

너무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했어

대학에 가지 않았아.

그래서 헤어진 다음에 간걸

우린 서로의 앞길을 막아섰구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음도 멀어진 거야

제주도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모두 아니야.

바람이 난거지.

너무 보고 싶어서

다른 여자를 만났겠지.

그러다 사고를 친 거야.


그것도 아니

드디어 알았어.


그가 우리 집에 다녀간 후 락이 끊겼어.

나도 연락하지 않았지.

그날 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간 거야


누더기 차림으로 주무시다 일어

할머니 할아버지께 절을 하고

무릎 꿇고 훈계를 들으면서

놀랐겠지.


머리에 하얀 떡가루 잔뜩 묻히고 늦게 들어와

허옇게 웃는 촌스런 엄마와 남루한 아버지

땟구정물 반질반질한 몹빼바지

마주치고 알았겠지.


형들과 형수님까지 모두 S대 출신이라며,

내놓은 자식이라고 했던 그는

더 이상 집안의 꼴뚜기가 되고 싶지 않을 거야


이제야 이해되는 우리의 첫사랑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

미안해요, 너무 누추해서

그림:by 파도타기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이유였다,

헤어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별은 필연이었다.

첫사랑이잖아.


가슴 시린 시절

조건 없이 타오른 나의 청춘

그대와 함께한 연애소설을 마치며

그대 이제 평안하라.

그대를 놓는 45년이 걸렸구나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작가의 이전글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