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중단편전집 01 - 메종 텔리에 09
친구 다섯이 모여 막 저녁 식사를 마치려는 참이었다. 다섯 명 모두 부유한 중년 남자로, 세 명은 결혼했고 두 명은 아직 독신이다. 그들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청춘을 회상하며 밥을 먹고 새벽 두 시나 될 때까지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고 함께 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은 아마 그곳에서 인생 최고의 밤을 기대했을 것이다. 대충 파리지앵의 마음을 사로잡고 파리지앵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이 화제에 올랐다. 여느 살롱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그날 아침 신문에서 읽은 기사를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기찬 사람은 독신에다 가장 완전하고 가장 자유분방하게 파리지앵다운 삶을 살고 있는 조제프 드 바르동(Joseph de Bardon)이다. 그는 방탕한 사람도 타락한 사람도 아니다. 단지 호기심이 많고 아직 젊고 유쾌할 뿐이다. 이제 겨우 마흔에 가까운 나이니까. 사교계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그가 겪은 짧은 연애 같은 뜻밖의 사건이나 그가 보고 만나고 발견한 것이나 극소설의 뒷이야기 같은 것을 그는 폭과 깊이가 없는 타고난 재능과 얕고 다양한 지식과 통찰이 없는 견해를 가지고, 달관한 듯한, 그리고 그에게 도시 한 구역의 지성으로서의 커다란 명성을 안겨준 해학적인 기법으로 끌어냈다.
그는 저녁 식사 자리의 주 발언자였다. 그는 매번 어떤 가치가 있는 그만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거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반쯤 찬 고급 샴페인 잔을 접시 앞에 두고 따뜻한 커피 향과 담배 연기의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꼭 있어야 할 시간에 꼭 있어야 할 장소에 있는 것처럼, 완전히 자기 집에 있는 것 같았다. 예배당에 있는 독실한 신자처럼, 어항 속에 있는 금붕어처럼.
그는 연기를 두 번 내뿜는 중간에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참, 별난 일이 있었어.”
모두 함께 입을 모아 요구했다.
“말해봐.”
그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기꺼이. 진열대를 파헤치는 자질구레한 실내 장식품 수집가처럼 내가 파리를 많이 돌아다닌다는 건 너희들도 알잖아. 나는 모든 세상일과 지나는 모든 길목과 사람들을 살펴보지.
그런데 9월 중순 무렵 어느 날 오후, 나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집을 나섰어. 우리는 항상 예쁜 여자를 찾아가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가지고 있지. 누구는 화랑 안을 선택하고 누구는 마음속으로 비교하고 누구는 그녀들이 자신에게 주는 영감과 매력을 저울질하고 또 누구는 그날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겨우 결정하지. 하지만 태양이 아주 아름답고 공기가 따뜻할 때면 종종 찾아가려는 마음이 사그라지기도 해.
그날도 태양은 아름다웠고 공기는 따뜻했어. 나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외곽도로를 그냥 걷고 있었어. 그렇게 걷다가 몽마르트르(Montmartre) 공동묘지를 밀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묘지를 정말 좋아해. 그곳은 나를 편안하게 쉬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지. 내게는 꼭 필요한 곳이야. 그리고 거기에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좋은 친구들도 있어.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그곳에 가곤 해.
마침 몽마르트르 묘지에는 내 마음의 이야기가 있어. 나를 많이 꼬집고, 깊은 감동을 준 나의 주인, 기억하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형벌 그 자체인, 나에게 미련을 주고 간 매력적이고 귀여운 여자……, 온갖 미련……, 그리고 무덤에 가 공상하고……, 그녀는 요절했으니까.
게다가, 그래서 나는 묘지를 좋아해. 그곳은 엄청난 인구가 거주하는 끔찍한 도시거든. 그러니까,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 곳에서 그렇게도 많은 멍청한 소란을 피우는 동안, 죽어서 그 콧구멍만 한 곳에 영원히 묵고 있는 파리지앵들의 모든 자손을 돌로 덮고 십자가 표식을 붙인 작은 구덩이, 지하 묘소 속에 최종적으로 감금된 동굴 거주자들을 생각해 봐.
그리고 또 묘지에는 박물관만큼이나 흥미로운 기념물이 있지. 카베냑(Cavaignac)의 무덤은 왠지 장 구종(Jean Goujon. 1510년경~1567년경. 16세기 프랑스에서 루브르 성과 여러 성당의 장식을 위해 매너리즘 조각 작품을 제작한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조각가-역자 주)의 걸작을 생각나게 했어. 루앙(Rouen) 대성당의 지하 예배당에 누워 있는 루이 드 브레제( Louis de Brézé. 1463~1531. 프랑스 왕 샤를 7세의 손자-역자 주)의 머리와 사지가 없는 몸통 말이야. 친구들, 소위 현대적이니 사실적이니 하는 예술은 모두 거기에서 나온 거야. 이 죽은 루이 드 브레제는 오늘날 무덤에서 고통받는 모든 시체보다 더 사실적이고 더 끔찍하고 더 생기 없는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져 여전히 죽는 순간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지.
하지만 몽마르트르 묘지에서는 여전히 웅장함을 간직한 보댕(Jean-Baptiste Baudin. 1811~1851. 프랑스의 의사이자 국회의원-역자 주)의 기념비를 감상할 수 있어. 고티에(Théophile Gautier. 1811~1872. 19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형식을 존중하는 유미적 작풍을 수림, 고답파 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역자 주)의 것, 뮈르제(Louis Henri Mürger. 1822~1861.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자. 오페라 〈라 보엠〉의 원작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썼다-역자 주)의 것, 내가 예전에 본 영원한 노란색 화환 하나를 가져온 것은 누구일까? 어쩌면 이제는 늙은, 천하고 바람기 있는 고집쟁이 막내 여공(grisette. 회색빛의 새(꾀꼬리과의 새. 검둥오리 따위). (회색 작업복을 입은) 천하고 바람기 있는 젊은 여공-역자 주), 아니면 근처에 있는 수다쟁이 관리인(concierge. 문지기, 수위, 건물 관리인, 간수를 뜻하고, 수다쟁이, 잡담꾼, 험담꾼을 이르기도 한다. 특히 루이 11세 시대까지는 시테(cité) 성에 거주하던 궁중 관리를 이르는 말이었다-역자 주)일까? 밀레의 예쁘고 작은 입상(立像)도 있지만 돌보지 않아 부서지고 더러워져 있었어. 오, 뮈르거여, 젊음을 노래하라!
그런데 몽마르트르 묘지 안으로 들어선 나는 완전히 슬픔에 젖어버렸어. 너무 아프지는 않은 슬픔, 더구나 사람들이 건강할 때, ‘별로 재미없어, 여기. 하지만 아직 내가 올 때는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슬픔이었지.
미지근한 습기와 잎사귀들이 죽어가는 냄새를 머금은 가을의 인상과 약해지고 지치고 창백한 햇빛은 그곳에서 인간들이 죽어가는 냄새를 머금은 정적과 종말의 느낌을 미화하고 있었어.
나는 이웃이 내왕하지 않고 더 이상 함께 자거나 신문도 읽지 않는 이 무덤의 거리를 조금씩 걸어 나갔어. 그리고 나는 비문을 읽었는데, 저런, 이럴 수가, 세상에 그렇게 재미있는 건 없을 거야. 라비슈(Eugène-Marin Labiche. 1815~1888.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희극 작가. 《이탈리아의 맥고모자》, 《페리숑 씨의 여행》, 《눈속임》 등의 작품을 남겼다-역자 주)도 결코, 메이락(Henri Meilhac. 1831~1897. 프랑스의 극작가. 19세기 후반에 활동했으며 보드빌로 이름을 날렸다. 대표작으로 《아름다운 엘렌》, 《파리의 생활》 등이 있다-역자 주)도 결코 그 묘비 산문의 희극처럼 나를 웃게 하지는 못했으니까. 이야! 죽은 자의 부모가 그리움을 쏟아내고 저승에서의 고인의 행복을 기원하고 다시 만날 것을 희망하는 대리석 판과 십자가는, 사람을 웃게 하는 데에는 폴 드 콕(Paul de Kock. 1794~1871. 프랑스의 작가. 놀라울 정도로 다작을 했으며, 파리의 대학생과 부르주아 계층의 삶을 능변과 재치로 묘사했다-역자 주)을 능가하는 책이야―익살쟁이들!
하지만 나는 쓸쓸하게 버려져 키 큰 주목과 편백나무가 가득한 곳, 머지않아 새로운 구역이 될 죽은 지 오래된 사람들의 옛 구역을 이 묘지에서 가장 좋아해. 사람들은 인간의 시체로 영양을 섭취한 푸른 나무를 베어버리고 최근에 죽은 사람을 작은 케이크 같은 대리석 판 아래 줄지어 놓을 거야.
내 영혼을 달랠 여유를 가지려 이리저리 다니는 동안 나는 지루해졌고, 내 여자 친구의 마지막 침대에 내 기억에 대한 충실한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녀의 무덤 근처에 도착했을 때 나는 조금 마음이 아팠어. 불쌍하게도, 그토록 상냥했고 그토록 사랑했고 그토록 순수했고 그토록 신선했던 그녀…… 그리고 지금은…… 만약 우리가 이것을 연다면…….
철책 위로 몸을 구부리고 나는 내 마음의 비애를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틀림없이 그녀는 하나도 듣지 못했겠지. 그리고 떠나려던 나는 슬픔에 잠긴 한 여자가 근친 상중에 입는 검은 정식 상복을 입고 가까운 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어. 크레이프(crêpe. 비단이나 가는 모직의 주름진 천. 크레이프로 만든 미망인의 베일-역자 주) 베일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어, 그 아래에서 새벽빛으로 빛나는 머리띠를 한 아름다운 금발을 볼 수 있었지. 나는 가지 않고 있었어.
확실히 그녀는 심한 고통을 겪었을 거야. 명상하는 조각상처럼 양손에 시선을 묻고 경직되어 눈의 그늘을 감추고, 회한에 빠져 묵주를 넘기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그녀 자신이 죽은 사람 같았어. 그러다 나는 갑자기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어. 버드나무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처럼 그녀의 등이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지. 처음에 그녀는 조용히 울더니 나중에는 목과 어깨를 세차게 움직이며 크게 울었어. 갑자기 그녀의 눈이 모습을 드러냈어. 눈물로 가득 찬 매력적이고 광기 어린 눈은 악몽에서 깨어난 듯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어. 그녀는 내가 쳐다보는 것을 보고 부끄러웠던지 여전히 손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었어. 그녀의 흐느낌이 경련으로 바뀌고, 그녀의 머리는 천천히 대리석 쪽으로 기울었어. 그녀가 거기에 이마를 올려놓자, 그녀를 덮고 있던 베일이 새로 상이라도 당한 듯 사랑하는 사람의 묘지 한쪽 귀퉁이로 흘러내렸어. 나는 그녀가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다음 그녀는 쓰러져 슬래브 바닥에 뺨을 대고 의식이 없이 움직이지 않았어.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두드리고 눈꺼풀에 입김을 불어주었어. 그리고 아주 간단한 비문을 읽었지. ‘루이 테오도르 카렐(Louis-Théodore Carrel) 여기에 잠들다, 해군 보병 대위, 통킨(Tonkin)에서 전사. 그를 위해 기도하다.’
그 죽음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는 측은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그녀에게 두 배는 더 마음을 썼어. 그것이 도움이 됐는지 그녀는 다시 정신이 돌아왔어. 나는 아주 흔들렸어. ―나는 아직 마흔도 안 됐으니 아주 나쁜 것도 아니잖아― 나는 그녀가 예의 바르고, 친절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을 첫눈에 알아보았어. 그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물을 흘리며 헐떡이는 가슴에서 조각조각 꺼낸 이야기로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그녀는 겨우 법정 지참금을 가지고 결혼했는데 결혼 1년 만에 이 장교는 통킨에서 죽었다는 거야.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어. 그리고 안아 일으켜 세워주었지. 그런 다음 나는 그녀에게 말했어.
“당신은, 이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자아, 가요.”
그녀는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저, 걸을 수가 없어요.”
“그럼, 저를 잡으세요.”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저어, 여기에 오신 것은 역시 돌아가신 분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려고?”
“네, 부인.”
“여자분이세요?”
“네, 부인.”
“아내분?”
“친구.”
“친구를 아내처럼 사랑할 수 있죠. 열정에는 법도도 소용없으니까요.”
“네, 부인.”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그곳을 떠났어. 그녀는 내게 기대고, 나는 그녀를 부축하고 거의 묘지 길로 걸어갔지.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희미하게 말했어.
“제 생각으로는 제가 운이 없는 것 같아요.”
“어디 가서 뭐 좀 먹을래요?”
“네, 선생님.”
죽은 자의 친구들이 장례를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러 가는 식당 하나가 눈에 띄었어. 우리는 거기에 들어갔지.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아주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게 했고, 그것으로 그녀는 되살아나는 것 같았어.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지.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그녀 자신에 대해 말했어. 밤이고 낮이고 집에 혼자 있어, 애정이나 신뢰감이나 친밀감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또 슬프다는 거야.
진심 어린 표정이었어. 먹는 입도 사랑스러웠어. 나를 감동하게 했지. 그녀는 아마 스무 살 정도로 아주 젊고 건강했어. 나는 그녀를 추어올렸고 그녀는 기분 좋게 받아들여 주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마차로 집까지 데려 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승낙했어. 마차 안에서 우리는 어깨가 닿을 정도로 너무 가깝게 앉아 옷을 통해 서로의 온기가 뒤섞였어. 이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일일 거야.
마차가 집 앞에 멈추자, 그녀는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저, 혼자서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4층인걸요. 부탁이에요. 제 방까지 또 손을 빌려줄 수 있겠어요?”
나는 얼른 승낙했어.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올라갔어. 그리고 문 앞에서 덧붙여 말했어.
“잠깐이라도 들어오세요. 감사 인사도 드려야 하고.”
아무렴! 당연히 들어갔지.
그녀의 집은 초라했어. 조금 가난한 것 같았지만,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어.
우리는 작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그녀는 외로움에 대해 다시 내게 말했어.
그녀는 나에게 마실 것을 주려고 종을 울려 하녀를 불렀어. 하녀는 오지 않았지. 나는 그 하녀가 아침나절에만 있는 거로 추측하고 너무나 기뻤어. 이른바 가사 도우미였던 거지.
그녀는 모자를 벗었어.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맑은 눈을 내게 고정하고 있었어. 그토록 맑은 눈이 너무나 선명해서 나는 끔찍한 유혹을 느끼고 거기에 굴복하고 말았어. 내가 양팔로 그녀를 부둥켜 안자 그녀는 당황해 눈을 감았지만, 나는 그 눈꺼풀 위에 키스를…… 키스…… 키스…… 점점 더.
그녀는 나를 밀어내며 흥정하듯 되풀이해서 말했어.
“끝내…… 끝내…… 끝내 줘요.”
그녀는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했을까? 이런 경우 ‘끝’은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지. 나는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키스를 눈에서 입으로 옮겨갔고, ‘끝’이라는 단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미를 부여했어. 그녀는 그다지 저항하지 않았고, 그렇게 통킨에서 전사한 대위를 모욕한 뒤 우리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을 때 그녀는 나른하고 부드러우면서 체념한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 걱정을 덜어주었어.
나는 용감했고 성급했고 또 감사했어. 그리고 우리는 한 시간 정도 다른 대화를 나눈 후 내가 그녀에게 물었어.
“저녁은 어디서 먹지?”
“근처의 작은 레스토랑에서요.”
“혼자서?”
“그야 그렇죠.”
“그럼 같이, 어때?”
“어디서?”
“대로에 있는 어디 좋은 레스토랑에 가자.”
그녀는 안 가겠다고 조금 버텼어. 나는 계속 고집했지. 그녀는 양보해, 그녀 자신을 설득했어.
“나는 너무 지긋지긋해…… 너무.”
이어서 덧붙여 말했어.
“나는 조금 덜 어두운 드레스를 입어야만 해.”
그리고 그녀는 침실로 들어갔어.
침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근친 상이 아닐 때 입는 심플한 회색 반 상복으로 단장해 매력적이고 세련되고 날씬했어. 그녀는 분명히 묘지용 상복과 외출용 상복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을 거야.
저녁 식사의 분위기는 아주 따뜻했어. 그녀도 샴페인을 마셔 불길이 붙고 생기를 되찾았지. 그리고 나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어.
무덤에서 이어진 이 인연은 3주 정도 계속되었어.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에, 특히 여자에 곧 싫증이 나지. 나는 꼭 가야만 하는 여행이라는 핑계로 그녀를 떠나버리고 말았어. 나는 아주 너그럽게 베풀고 출발했고 그녀는 내 호의를 사양하며 고마워했어. 그리고 그녀는 내게, 돌아온 후에 다시 그녀에게 오겠다고 약속하고 맹세하게 했지. 그녀는 정말로 나를 잡아두고 싶었던 건가 봐.
나는 다른 애정을 구해 내달렸고, 내 뜻에 따르기 위해 충분히 애쓰는 슬프고 작은 애인을 다시 만나볼 생각도 하지 않고 한 달 가까이가 지났지. 하지만 내가 그녀를 잊은 건 아니었어……. 그녀와의 기억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심리학상의 문제처럼, 도저히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처럼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어.
어느 날 왠지 모르게 나는 몽마르트르 묘지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그곳에 가보았어.
나는 아직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 평범한 방문객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다녔어. 통킨에서 전사한 대위의 무덤에는 대리석 위에서 울부짖는 여인도 꽃도 화환도 없었지.
하지만 내가 이 위대한 죽음의 도시 다른 구역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좁은 십자가 길 끝에서 깊은 슬픔에 잠긴 남녀 한 쌍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어. 오, 이럴 수가! 그들과 가까워졌을 때 나는 알아보았지. 그건 그녀였어!
그녀는 나를 보자 얼굴을 붉혔고, 내가 그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갈 때 작은 몸짓과 작은 눈짓을 해 보였어. “아는 척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려는 듯, 또는 “내게 다시 돌아와요, 그리운 당신.”이라고 말하려는 듯.
그 남자는 품성이 좋아 보이고 세련되고 근사한 장교로, 레지옹도뇌르 훈장(Légion d'honneur)을 달고 있었지. 나이는 50세 안팎.
그리고 예전에 내가 묘지를 나올 때 그랬던 것처럼 그는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어.
나는 내가 방금 본 것이 무엇인지, 이 무덤의 사냥꾼이 어떤 종족에 속하는지 궁금해하며 아연실색해서 서 있었어. 그녀는 그저 평범한 한 여자인가, 아니면 죽은 애인이나 아내와의 흐리지만 여전한 애무의 기억을 좇아 무덤으로 간 슬픈 남자에게서 영감을 얻은 매춘부인가. 그녀 한 명일까? 여럿일까? 이것도 직업인가? 거리에서 하는 것처럼 묘지에서도 하는 건가? 무덤! 아니면 이곳 장례식장에서 되살아난 사랑에 대한 회한을 이용한다는 깊고 철학적인, 그녀만의 독특하고 감탄할 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날 그녀는 누구의 과부가 되어 있었는지 알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