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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Apr 18. 2022

고객의 생애 주기에서 우리 서비스는 어디를 차지하는가?

모든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 또는 지갑을 점유한다


이전에 어디선가 "모든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 또는 지갑을 점유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제품과 사용자에 관한 수십 가지 프레임워크와 접근법, 지표들에 관한 고민과 혼란으로 가득하던 머리에 죽비처럼 내리 꽂히는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도 고민과 혼란은 여전하지만...) 


모든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 또는 지갑을 점유한다, 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한다. 그럼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에게 무엇을 주나? 결국 제품을 계속, 자주,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거나 또는 직접적인 구매 활동을 통해 돈을 제공한다


BM이 불분명하지만 사용자가 계속, 자주, 많이 사용하는 게 확실한 서비스는 추후 BM을 더해 고객의 지갑도 점유한다. 구매 활동이 발생하는 서비스는 꼭 구매할 때만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더 자주, 계속, 많이 서비스에 방문할 구실을 만들어 시간도 점유한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과 지갑을 모두 점유하기 위해 애쓴다. 애초에 이 세상에서 인간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자원은 시간과 돈이 전부니까.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시간과 지갑을 점유하기 위해 애쓴다.
인간의 자원은 시간과 돈이 전부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1) 우리 제품은 어떤 고객의 시간과 지갑을 점유할 것인가? (포지셔닝, 세분화 등)

2) 우리 제품은 지갑에서 얼마나 가져올 것인가? 얼마나 더 가져올 수 있는가? (객단가, LTV 등)

3) 우리 제품은 하루 중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자주 차지할 수 있는가? (리텐션, 빈도, 사용시간 등) 

4) 우리 제품은 고객의 하루, 일주, 한 달, 1년 등의 사이클 중 어느 시간대를 차지하는가?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고객의 시간 또는 지갑을 점유한다. 




어떤 시장이든 시장 안의 고객과 활동에는 생애 주기가 있다


매출, 객단가, LTV 등에 대한 관점과 용어 등은 이미 마케팅과 기타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가지니 잠시 보류하자. 그렇다면 고객의 '시간'은 어떠한가? 그중에서도 방문 횟수/빈도, 사용 시간 등 서비스에서 흔히 말하는 리텐션 retention의 차원이 아닌, 생애주기 lifetime의 차원은 어떠한가?


하루의 시간은 아침-점심-저녁-밤-새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주일은 평일과 주말로 나눌 수 있다. 일 년은 계절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며, 우리의 인생은 영유아기-초중고-청년-중장년-노년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각 단계, 시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활동을 하고, 다른 수요를 가지고 다른 문제를 겪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때마다 다른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리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우리의 생애 lifetime를 하루, 일주일, 일 년, 인생 관점에서 나눠본다면 위와 같을 테다. 그리고 매 단계, 시점마다 우리의 수요, 문제는 다르다.


가령 유아용품 시장을 생각해보자. 평균 나이를 80년으로 가장했을 때, 유아용품은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의 길어야 3~4년밖에 함께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학용품은 이르면 유치원부터 고등학생, 늦어도 대학생까지 함께한다. 


웨딩 산업은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 ~ 30대 후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에겐 단 한 번 필요할 뿐이다. 반면 장례 산업은 상조 보험의 형태로 노년기의 부모님을 둔 자녀 등을 대상으로 비교적 긴 기간 지속된다. 


산업, 서비스마다 고객의 생애주기에서 차지하는 기간이 다르다. 또한 그리고 이는 해당 기간이 지나면 사용자는 더 이상 해당 서비스를 찾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의 생애 주기가 서비스에서 의미하는 것


이러한 당연한 이야기가 제품 서비스의 차원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확장'의 방향성이다.


서비스의 매출 증가에는 

1) 동일한 고객에게 물건을 한 번 더 파는 것 (객단가 증가)
2) 동일한 유형의 고객을 한 명 더 데려오는 것 (회원수 증가, 구매고객 증가) 

위와 같은 방안이 있겠지만, 이는 결국 생애주기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 고등학생에게 수학 강의를 하나 더 듣게 할 수도 있고, 그 친구를 데려오게 할 수도 있지만, 자라나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처지가 된 학생에게 이전의 수학 강의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현재의 생애주기 너머 다음 생애주기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면, 해당 고객의 인생의 전반을, 어쩌면 평생을 함께하는 브랜드와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생애주기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쩌면 고객과 평생을 함께하는 브랜드와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입시 강의를 준비하는 업체가 대학생을 위한 전공교육, 자격증 교육, 고시 준비반을 창설하고,  취준생을 위한 서비스가 현직자 주니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확장하는 등의 맥락이 거기에 있다. 어쩌면 극단적으로는 [00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00 대학교 부속 고등학교]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커리어'와 관련된 시장이 커지고, 관련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출생-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대학-취준-주니어-이직 n회 & 승진 n회-시니어 & 은퇴준비-은퇴 및 노후-죽음 ]이라는 우리의 인생 사이클에서, 학교 또는 취업준비는 아무리 길다 한들 결국 지나가기 마련인 구간, 인생이라는 도로의 톨게이트에 지나지 않는 구간이다. 


반면 '직장인' 또는 '커리어인'은 고속도로 그 자체다. 이직, 창업, 승진, 실력 향상 등 고민도 다양하다. 이들의 문제, 고민거리, 페인 포인트는 결코 100%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고민을 품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을 수십 년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이는 더 많은 트래픽을, 더 오래 가져올 수 있는 시장이다. 목적지는 아닐지언정, 그 어떤 생애 주기보다도 오래 지속되는, 그리고 누구나 거쳐가는 생애주기니까.


'커리어'와 관련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생애주기 때문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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