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알고 싶나?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스스로 알아내야죠. 먼저 누구냐? 그리고 그다음에 왜냐? 문제 풀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 영화 [올드보이] 中
프로덕트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기획에 앞선 사전 파악부터, UT, 그리고 론칭 후 반응 확인까지, 프로덕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고객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다. 즉슨, 프로덕트와 프로젝트는 고객을 이해하는 게 시작이자 끝이요, 핵심이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반응이 직접적인 인터뷰, 바로 고객 조사다. 그러나 고객 조사는 소개팅과 달리, 철저히 목적이 있는, 설계된 대화다. 알고 싶은 것이 있기에 만나고, 그것을 알기 위해 만나야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들을 만나 물어봐야 하는 것들도 분명해야 한다. 소개로 만나 맛있는 걸 먹고, 으레 할 법한 이야기를 하다가 느낌이 있으면 애프터를 신청할 수 있는 부류의 대화가 아니다. (드라마 속 소개팅 혹은 첫 만남처럼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진다거나, '어버버버' 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대화가 아니다.)
그래서 고객 조사를 하기 전에, 대뜸 설문지를 만들거나 전화를 걸기 전에는 아래 네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1. 무엇이 궁금한가? 답을 얻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가?
2. 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를 만나 물어볼 것인가?
3. 알고 싶은 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4. 알고 싶은 걸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가?
고객 조사의 시작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고객 조사를 통해 무엇을 알고자 하는가?
공유공간 멤버십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던 당시 팀 내에서 종종 '고객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입주문의차 투어를 다녀가는 예비 고객과, 이제 갓 입주를 마친 고객분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운영을 효율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없었다.
애초에 궁금한 게 무엇인지, 답을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에 누굴 만나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불분명했다. 고객을 대면하여 직접 만난 시간들이 그저 사교생활, 수다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당장 누군가를 만나서 무언가를 물어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이 궁금한지? 어떤 것에 대한 단서나 정답을 얻고 싶은지 정리하는 일이다.
당연히 모든 상황마다 궁금한 건 다르지만 몇 가지를 예시를 들어본다.
1) 새 제품을 기획하기에 앞서, 기존 고객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반응이 궁금하다.
2) 새로 출시한 제품에 대해 고객의 평가, 후기가 궁금하다.
3) 멤버십에 가입 후 한 달 만에 해지한 사람들은 왜 해지했는지 궁금하다.
4) 우리 제품을 구매 완료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구매했는지 궁금하다.
기타 등등....
이 외에도 산업마다, 제품과 서비스마다, 또는 팀마다 궁금한 사항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직접 고객을 만나 물어보고자 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반응이 궁금하거나, 혹은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 외에도 제품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고객의 머릿속에서 우리 제품이 차지하는 인상, 상대적 위치는 어떤지 등등 UX, 브랜딩, 시장조사 차원의 조사도 있다)
그렇다면 위의 질문을 누구를 만나 물어볼 것인가?
결론적으로, 우리가 궁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모든 유형과 분류, 등급의 고객을 만날 필요는 없다. 당연히 모든 수의 고객을 만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1) 애초에 고객 조사는 '정성적' 접근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따지며 기약 없이 많은 숫자를 만나기보다는 적은 숫자라도 제대로 만나는 게 낫다.
2) 우리의 질문에 따라 당연히 만나야 할 사람이 다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생활을 물어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객에 대한 백과사전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야, 우리가 가진 질문은 대개 특정 유형, 특정 분류, 특정 등급의 고객, 다시 말해 특정 segement의 고객 일부만 만나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의 질문을 최대한 명확히 하여, 이를 물어보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를 최대한 명확하게 정의 define 해야 한다.
가령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하자. 그럼 당연히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은 만나지 않을 테다. 그러나 우리가 궁금한 게 세부적으로 서울시내 사립 고등학교의 급식 실태라면 1) 서울 시내의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면서 2) 급식을 이용하는 고등학생에게 물어봐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다루는 서비스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가정해보자. 취준생이라고 생각되는 사용자면 아무나 만나볼 것인가?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1년에 1번 들어오는 사용자에게도 물어볼 것인가? 혹은 한 달에 30일, 그러니까 매일 들어오는 사용자에게만 물어볼 것인가?
이는 때마다 다르다. 고객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 알고 싶은 질문에 따라 구체적으로 만나야 하는 고객은 다르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모든 유형과 분류, 등급의 고객을 만날 필요는 없다.
고객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에 따라 만나야 하는 고객은 다르다.
만약 사용이 저조한 이들을 더 독려하고 싶어 진행하는 고객 조사라면, 사용이 저조한 이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신규 기능을 위한 고객 조사라면, 기존 서비스를 활발히 쓰고 있는 핵심 사용자, heavy user를 만나야 할 수도 있다. 혹은 서비스 바깥의 잠재 고객을 만나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사용이 저조하다/활발하다는 건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이때의 사용은 로그인인가? 게시물 작성인가? 구매인가? 또, 저조하다/활발하다는 건 얼마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
조금 더 예를 들어보자
새 제품을 기획하기에 앞서, 기존 고객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반응이 궁금하다.
▶ 기존 고객 모두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새 제품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 우리가 신규 제품을 내놓으면 써볼 만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 그건 보통 우리 제품의 Heavy User다.
▶ 그럼 우리 제품의 Heavy User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무엇으로 정의 define 할 것인가?
새로 출시한 제품에 대해, 제품을 사용한 고객의 평가, 후기가 궁금하다.
▶ 당연히 신규 제품을 사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물어봐야 한다.
▶ 다만 그중에서도 혹시 특정 연령대, 나이, 성별, 혹은 등급에 따라 세부적으로 궁금하다면, 해당 연령대, 나이, 성별, 등급의 고객만 분류하여 만나봐야 한다.
멤버십에 가입 후 한 달 만에 해지한 사람들은 왜 해지했는지 궁금하다.
▶ 당연히 멤버십 가입 후 한 달만에 해지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 다만, 1년 전에 해지한 사람도 만날 것인지? 최근에 해지한 사람을 만날 것인지? 한 달 만에 해지했지만 몇 달 후 다시 구매해서 쓰고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때에 따라 설문, 인터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1. 무턱대고 만나기 전에 고객 조사를 통해 답을 얻고자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부터 명확히 정리하자.
2. 알고 싶은 게 정리되었다면 이를 알기 위해서는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자.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고객 조사를 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 중 남은 두 가지인
3.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4. 답을 더 잘 얻어내기 위해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
애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