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조사를 위한 3가지 팁
앞선 두 편의 글에서는 고객 조사를 진행하기 전에 고려해야 하는 네 가지 요소를 정리한 뒤에 설명과 예시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최근 실제 경험을 사례로 이용하여, 고객 조사가 처음인 이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앞선 글에서 고객 조사의 목적과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알맞은 질문들을 설계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내가 설계한 질문이 정말로 답을 구하기에 적절한 질문인지, 혹은 이렇게 물어보면 자연스러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내 질문에 스스로 가상의 답변, 상상하는 모습 end-image을 떠올려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령 이런 식이다.
Q1: 현재 재직 중이신가요?
A1: (가상의 답변) 네 / 아니요
Q2: 저희 멤버십 서비스를 가입하시면서 어떤 점을 기대하셨나요?
A2: (가상의 답변) 자유롭게 일할 공간이 필요해서요 / 저랑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조용하게 집중해서 작업하려고요
Q3: 그렇다면 멤버십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시거나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을까요?
A3 : (가상의 답변) 전체 지점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지점 이동이 어려워요. / 커뮤니티라고 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나, 자리가 없어서 의아했어요. / 라운지에 음악이 크고, 미팅이 많아서 집중이 전혀 안돼요.
물론 내부에서 다른 팀원에게 테스트를 해보거나, 고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질문과 대상자를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내가 설계한 질문에 스스로 몇 가지 가상의 답을 만들다 보면, 결국 내가 각 질문을 통해 파악하려는 것에 대해 어떤 가설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당연히 이렇게 작성해본 가상의 답변은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상상이다. 실제 고객을 만나보면 답변은 다를 것이고, 나의 가설은 대부분 틀릴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식의 답변이 나올지 기대하거나 상상되는 것이 전혀 없는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 질문은 확인하고자 하는 가설이 없다는 의미고, 가설이 없다면 증명할 것도 없으니까.
어떤 답변이 나올지 전혀 상상되지 않는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 질문은 확인하고자 하는 가설이 없다는 의미고,
가설이 없다면 증명할 것도 없으니까.
다수의 고객과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설문을 뿌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는 대부분 그리 많지 않은 몇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정성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즉,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만약 초반에 만난 몇 명의 사용자에게서 동일한 맥락의 답변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추가 진행에 앞서 잠시 중단하자. 그리고 앞선 인터뷰에서 알게 된 것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한 답변들에서 의미를 찾아보자.
이유는
1) 이미 충분히 검증된 결과로, 해당 질문을 동일하게 추가로 물어볼 필요가 없을 수도 있고
2) 반복된 답변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 또는 의미를 토대로 다음 참여자들에게는 새로운, 혹은 변형된 질문을 해야 할 수도 있고
3) 혹은 답변이 전혀 예상 밖의 범위라 질문과 대상자 등을 수정하고 재설계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경우든, 중요한 건 처음에 한 번 질문을 설계했다고 곧이곧대로 정직하게(혹은 순진하게) 그대로 인터뷰를 전부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가 고객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걸 알기 위해 만나는 사람도 가설이고, 이걸 알기 위해 던진 질문도 가설이다. "이 사람을 만나면 이걸 알 수 있을 거야", "이 질문을 던지면 이걸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러므로,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되었거나, 혹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여 이를 토대로 다시 새로운 것에 대해 알아낼 필요가 생겼다면, 잠시 중단하여 정리하고 이후 과정을 재설계하자.
궁금한 걸 알아내기 위해 만나는 대상도 가설이고,
그걸 알아내기 위해 던지는 질문도 가설이다.
충분히 알았다면, 새로운 걸 알아낼 필요가 생겼다면,
잠시 중단하여 정리하고 이후 과정을 재설계하자.
앞선 말했듯이, 이 사람을 만나면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역시 하나의 가설 또는 가정이다. 즉, 막상 만나보면 예상과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 국공립 고등학교의 급식 실태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1) 서울시내 국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2) 점심 급식을 신청한 고1~고3 학생 중 일부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막상 이들의 답변이 하나 같이 "음? 저 점심 안 먹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위의 상황은 하나의 가상의 예시지만, 실제 서비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문,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론상으로는 질문에 맞게 대상자를 잘 정의했더라도
1) 대상자를 추출하기 위해 서비스의 데이터를 조회, 추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거나
2) 애초에 실제 서비스에서 유저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3) 애초에 유저가 서비스에 잘못된 정보를 입력했거나 (Ex: 고등학생인데 대학생이라고 입력)
등등의 경우가 발생했거나
혹은 정말로 질문이나 대상자 정의가 애초부터 잘못되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목표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두 번째 팁과 마찬가지로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 또는 대상자의 정의와 추출 조건 등을 재설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