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을 제대로 세울 것, 알고 있는 것과 알아야 할 것을 구분할 것, 이를 알아내기 위한 알맞은 타깃을 선정할 것,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의 노하우 등이 대다수인데, 이는 아래와 같은 고객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노하우, 혹은 필수 사항이다.
1.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 to-know list 정리하기
2. 이것을 알기 위해 만나야 할 사람 정의하기
3. 알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질문 설계하기
4. 인터뷰 조율하기 및 준비하기
5. 질의응답을 실제로 주고받는 과정(통화, 대면 인터뷰 등)에서의 노하우
그런데, 모든 조사가 꼭 대면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더욱이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만나고 싶다고 꼭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곳은 없었다.
이번 글은 고객 조사에서의 복병의 과정, 만나고 싶은 고객을 만나지 못해 겪은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다.
누굴 만나야 할지는 정해졌는데, 이들을 어떻게 만나지?
가설 설정과 질문 설계는 완료되었다고 가정하자. 이제 우리의 가설에 맞는 이들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기만 하면 기획 또는 문제 정의는 완료된다. 그런데, 이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우선 고객에게 가닿기 위한 방법은 크게 아래와 같다.
1. 이메일 설문조사
2. 서비스 내 설문조사 (배너 등)
3. 전화
4. 대면 인터뷰
그런데, 각 과정에서 의외의 난관에 부딪힌다. 반응이 저조하거나, 예상과 다르거나 만날 필요 없는 고객에게서만 응답이 오거나, 혹은 우리가 타깃으로 삼은 고객이 실은 아니었거나.
이메일 설문조사, 뿌린다고 끝이 아니다
신규 서비스 기획을 위해 고객 조사를 계획했다. Ampltidue를 통해 목적에 맞는 고객을 발라내어, 마케팅 동의를 한 이들을 선정하여 500명 가까운 사용자를 선정했다. 3분 남짓한 설문이지만, 참여해준 고객의 정성을 위해 기프티콘도 마련했다. 10%만 응답해도 50명이니,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다. 기대가 컸다.
발송 후 3일이 지나도록 이메일 오픈율(%)은 9% 안팎이었고, 설문 링크의 클릭률은 2~3%에 불과했다. 10명 남짓한 답변이 접수되었는데, 그 마저도 답변이 모호하거나 추가 인터뷰는 응할 의사가 없는 이들이 절반이었다. 며칠 후 미 오픈자에게 리마인드 메일을 보내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메일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았거나, 보상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걸 개선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메일을 다시 뿌리고 응답을 기다리는데 소요되는 며칠 간의 시간이 아쉬웠다.
- 오픈율과 클릭률이 기대보다 저조하다
- 리마인드 메일을 보내도 마찬가지였다
- 이메일 발송 후 응답을 얻기까지 며칠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서비스 내 설문조사, 반응은 좋은데 필터링이 필요하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서비스 내에는 하루에도 몇 천, 많게는 몇 만 명이 방문하니, 타깃에 알맞은 유저가 주로 방문하는 페이지에 베너를 달아 설문조사 이벤트를 노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베너를 올린 지 불과 반나절만에, 2주 동안 이메일에 매달려 받아낸 답변 수를 훨씬 뛰어넘는 응답을 얻어냈다.
그런데 타깃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의 답변, 즉 허수가 많았다. 이메일로 직접 타기팅을 하여 보낼 땐 우리의 가설과 의도에 맞는 이들만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베너를 본 여러 유형의 유저가 답변을 남겼다. 이를 위해 해당 유저가 우리가 찾는 고객이 맞는지 판가름하기 위한 스크리닝 질문을 넣어놨는데, 이를 기준으로 필터링하고 남은 유저의 수는 기대보다는 적었다.
- 이메일보단 확실히 반응이 많고 빠르다
- 그런데 타게팅해서 보내는 게 아니니 필터링이 필요하다
- 필터링을 거치고 남은 유효한 응답은 얼마 안 될 수도 있다
다짜고짜 전화하기, 의외로 괜찮은데?
다른 고객 조사에서의 일이다. 팀의 전략이 바뀌며, 알아내고자 하는 것과 이를 알기 위해 만나야 하는 고객이 바뀌었다. 구체적인 검토 전에 단서를 얻기 위해 고객을 몇 명이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짜고짜 전화를 돌려봤다.
Amplitude를 통해 우리의 기준에 맞는 고객을 추려내어, 그중 30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내가 근무하는 시간이니 만큼 고객도 근무를 하거나 공부라도 하고 있었고, 당연히 부재중이 많았다. 가까스로 몇 명이 전화를 수신했다.
"안녕하세요, 000 서비스의 ~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 000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이용 경험에 대해 여쭙고자 해서요, 혹시 3분 정도만 통화 괜찮으실까요?"
대낮에 다짜고짜 건 전화. 기프티콘도 없고, 별다른 보상도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흔쾌히 응해주었다. 나머지 절반 중 몇은 "지금은 바쁘니 이따가 다시 전화 주세요"라거나 "문자로라도 남겨주시면 답변 남겨드리겠다"며 적극적으로 팔로업을 제안했다.
- 당연히 부재중이 많다.
- 그런데 그 누구도 "왜 대뜸 전화하느냐"며 따지진 않는다.
- 수신자 중 절반 정도는 통화에 응해주고 + 추후에 다시 통화를 하거나 문자로라도 답변을 주는 고객도 있다
- 고객은 우리의 우려보다 더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 반나절이면 가벼운 인사이트 정도는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
대면 인터뷰, 할 의향이 있으시다면서요!!
설문조사를 먼저 진행할 때의 에피소드다.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에 비해 고객의 답변의 양과 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설문의 마지막에는, 추후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문의한다. 이후 답변을 확인하니 절반 넘는 응답자가 인터뷰가 가능하다며 추가 연락처를 남겨주었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번 설문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요청드린다는 연락을 돌렸다. 지난번 설문 관련 답변이다, 편하신 시간에 맞추겠다, 추가 보상을 드릴 예정이다 등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매우 저조했다.
이것도 하나의 퍼널Funnel 이구나, 이탈이 발생하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절반 이상이 "네, 가능합니다"라고 했지만 막상 문의를 남기자 인터뷰 조율에 응하는 이들은 매우 적었다.
막상 만나고 보니 우리의 타깃과 다른 사람이더라
A라는 질문에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이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a 유형segement의 유저를 정의했다. 그래서 이메일이든, 베너든, 전화든, 혹은 다른 수단으로든 가까스로 이들을 만나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웬걸, 실제 만난 고객 중 상당수는 a도 a'도 아닌 b, c, 혹은 d의 유저였다.
이건 아마도 우리의 고객 segement가 이론상으로는 정확하지만,
1. 유저를 분류할 때 사용한 데이터가 데이터가 잘못 수집, 측정되었거나
2. 애초에 유저가 데이터를 기입하거나 답변을 남길 때 허수 혹은 거짓으로 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A를 알기 위해 a를 만나면 될 것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a를 만나기 위해 이러이러한 기준으로 유저를 분류하면 될 것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이렇게 잘 분류된(거라 믿은) 기준으로 만난 고객이 정말로 a에 속하는 고객일 거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가설이고 추측이며, 고객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만나는 과정 자체에도 하나의 가설과 검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객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도 하나의 가설과 검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