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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Jul 04. 2022

나의 관심을 린 lean 하게 검증하기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도 될까?

사람은 관심이 있는 데에 돈이나 시간을 쓴다. 그래서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가? 나는 뭘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나의 가계부나 일기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의 돈과 시간이 주로 흘러간 기록. 그 안에 나의 관심사가 있다.


나는 매일 공부일기를 쓴다. 로드맵을 토대로 분기~월별 OKR을 검토하고 세부 과제를 진행항 내역을 공부량(분)과 함께 기록한다. 그렇게 돌아본 지난 상반기엔 총 450시간, 일 평균 2.5시간을 매일 공부했고, 그중 다시 절반 이상인 250시간을 데이터 관련 공부 또는 자격증 준비(ADsP, SQLD, 빅데이터 분석기사 등)에 할애했다. 나는 데이터 관련 기술에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관심의 정의와 수준은 저마다 다르다.)


작성한 공부 일기를 토대로 세팅해둔 대시보드. 이 외에도 추가 지표, 차트/도표를 통해 목표 달성 현황과 그 건강함(?)을 확인하고 있다


실은 거꾸로 내가 여기에 관심이 있는 게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퇴근하고도 매일 2~3시간을 공부하려면, 관심이 없이는 어려울 테니까. 달리 말해 퇴근 후 매일 공부할 정도라면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이 정도 관심이라면 내가 대학원엘 지원해도 되지 않을까? 친구와 형누나들이 대리와 과장 사이 어딘가에 있을 때 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거나 일과 학업을 병행하더라도 그게 마냥 무모한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이걸 검증하고 싶었다.


예전엔 무언가를 배우거나 검증하기 위해 무턱대고 진행해도 괜찮았다. 20대에겐 기회비용이 크지 않았다. 사회는 20대의 변덕(또는 변화)에 너그러웠다. 그걸 알고 있던 나는 그래서 교육대학원엘 한 학기 가보았고, 아산서원엘 갔고, 연고도 없는 인권 단체에서 인턴십을 했고, 교직원으로 취업을 했고, 퇴사를 했고, 그 뒤로 지금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어떤 선택들을 했다. 다행히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설을 검증했고, 그래서 결과가 실패였을지언정 그 어떤 실험도, 선택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점차 기회는 줄고 기회비용은 늘어난다. 인생엔 A/B 테스트가 없어서 늘 해봐야만 알 수 있는데, 무언가를 해보는 데에 따르는 비용과 리스크가 자꾸만 커진다. 사회와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40대를 바라보는 상사와 선배는 30대 초반인 나를 보고 젊다는데, 그러니 무엇이든 해보라는데, 그보다도 더 세월을 겪은 50~60대인 어른들은 결혼 계획이나 급여를 묻는다. 자리를 잡으란다.


그래서 도전과 도피, 용기와 무모함의 구분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나의 선택이 도피가 아닌 도전임을, 무모함이 아닌 용기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가설을 조금 더 작게, 미리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 무턱대고 대학원에 지원하는 대신 이 분야를 그 정도 열정으로 할 수 있는지 미리 체험하기. 이직부터 하기 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맛보기. 창업을 하기 전에 퇴근 후 브런치나 온라인 스토어라도 운영해보기. 내가 정말 관심이 있는지. 가능성이 있는지. 여기에 타당성이 있는지.


물론 그 사이에도 시간은 정직하게 흐르기에, 그리고 시간이란 우리의 가장 큰 자원이기에, 어느 순간에 우리는 과감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현실이란 늘 '막상 가봐야 아는' 거라, 결국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끝내 알지 못한 채 도전 또는 도피를 하고, 용기 또는 만용을 부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실험은 어떤 면에선 실패할 거고, 어떤 면에선 성공할 거다. 어떤 실패는 배움마저 없고, 어떤 성공은 그저 행운 덕분일지도 모른다. 어떤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어떤 성공은 자만이 되어 실패로 이끌 거다. 그리고 다시 거기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도전이나 도피를, 용기나 만용을 부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문제 정의를 제대로 했다고 믿으면서. 그리고 이 선택이 그 문제를 해결할 적합한 방안일거라고 믿으면서.


결국 인생의 모든 순간이 문제 정의와 해결의 과정이자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어는 과정이고, 가설과 검증의 반복이며, 그로스 growth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인생의 기획자고, 개발자고, 디자이너이며, 운영자다.


내가 PM으로서 배우고 있는 건 실은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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