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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Oct 21. 2023

완벽한 준비란 없다

이직, 창업, 연애, 혹은 또 무엇에서든 통하는 이야기

You will never be ready


석적이지만 조심스럽다. 논리적이지만 과감하지 못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PM으로서의, 혹은 인간으로서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이야기하는 린(Lean) 스타트업 애자일(Agile) 방법론, 그로스(growth) 전술은 논리와 분석 너머 빠르고 과감함을 추구한다. 이는 어떤 순간에도 100%란 없음을 전제로 한다. "100% 준비할 수도 없고 100% 정확할 수도 없다."


브런치 활동 초창기에 린과 애자일, 그로스의 태도와 정신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담아 몇 차례 글을 다. 그런 글들을 쓰고 난 뒤 스스로 물었다. 나는 머리로만 아는 걸까, 몸으로도 숙달하고 있을까.


문득 생각했다. 머리로 이해해야 몸으로도 숙달하는 성향이니 머리로 더 제대로 이해해 보자고. 그래서 왜 100% 완벽한 기획이나 분석, 준비란 PM에기 비효율적인지 혹은 더 나아가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인풋 대비 아웃풋의 차원에서 비효율적이다.


대학생 시절 주에 몇 개씩 입시 준비 과외를 했다. 주로 80점 내외의 점수를 받는 친구들이었는데 성적 상승이 쉽지 않았다. 올릴 점수가 20점도 채 되지 않았고, 80점을 맞기까지 쌓아온 잘못된 이해나 습관이 있었다.


반면 40~50점인 친구들을 80점으로 만드는 건 조금 더 수월했다. 그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체계적인 개념과 전공생의 노하우가 아니었다. 뭐가 되었든 앉아서 공부를 하기만 하면 되었다.


80을 100으로 만드는 건 40을 80으로 만드는 것보다 늦고 또 어렵다. 그러니 결코 높은 목표를 좇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ROI 개념이 필요한 비즈니스에선 100%를 좇느라 너무 많은 비용을 쓰는 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2. 완벽하다고 생각한 게 실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실은 비효율의 이슈보다 더 먼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리가 100% 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로 100%가 맞는가? 혹은 우리는 100%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100%) to-do list를 하나도 빠트림 없이, 중복됨 없이 알고 있는가? 알 수 있는가?


추상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다. 여행 짐을 쌀 때에도 무언가를 빠트리거나, 혹은 뒤늦게 '아~이런 것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깨닫는 게 생활이자 사람의 일이다.  


우리는 100% 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3. 100%의 정의와 상태 역시 변한다.


내가 한 때 생각한 100%의 정의와 기준, 상태 역시 변한다. 교육 정책이 바뀌면 같은 과목이더라도 A+ 혹은 100점을 받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내용과 수준이 바뀌고, 시장의 상황이 바뀌면 고객의 상황과 고객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변한다.


한 때 완벽하게 비친 사람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고, 한 때 똑똑하던 사람은 더 이상 똑똑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변하면 기준이 변하고, 기준이 변하면 판단이 바뀐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100%라는 건 판단의 결과물일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100%라는 정의와 상태는 얼마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가.  


결국은 저질러야 한다.

린과 애자일, 그로스는 제품이 아닌 인생을 위한 관점이다.


따라서 내가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면 저질러야 한다. 나머지는 그 상황 환경에서 다시 채워나가는 것뿐이다. 

여기선 80% 였다고 판단한 게, 저지르고 이동한 뒤에 다시 살펴보니 50~60% 일 수도 있다. 그러면 이를  다시 80% 로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노하우를 쌓으며 성장한다. 진학이든 취업이든, 기획이든 이직이든 뭐든 그렇게 해결하고 달성하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린과 애자일 그로스란 결국 한낱 제품과 서비스 따위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삶 전반을 바라보는 관점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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