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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Oct 27. 2023

누구에게 무얼 팔고 있는가?  

고객 개발과 그로스 (1) : 제품과 고객, 그리고 핵심 고객

서비스 기획자 또는 PM/PO로서 가장 자주 생각하거나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부분은 아마도 제품/서비스 또는 기능의 기획과 개발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서비스 기획자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무로 일할 땐 다르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UX/UI를 고민하고, 특이 케이스를 방지하고자 정책을 설계하고, 각종 문서와 일정 관리가 가장 중요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을 하며 사실 그런 건 어쩌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적어도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서비스란 무엇이며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이 왜 우리 제품/서비스를 구매하여 사용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누가 왜 사는지도 모르는 제품을 암만 개선하고 기능을 촘촘하게 설계한들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누구한테 무얼 팔고 돈을 벌고 있는지도 모르면 이른바 '기획자로서의 비즈니스적 사고' 같은 말이 얼마나 허황된가.


그래서 본 글을 포함해 이어지는 몇 편의 글에서는 서비스 기획자나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특히 제품의 그로스를 담당하는 Growth PM으로서 제품의 고객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른바 그로스 Growth)에 대해 배우고 경험하며 생각한 내용을 공유할까 한다.



제품이란 무엇인가?


화면이 어떻고 정책이 어떻고 API며 DB며 하는 자질구레한 건 다 잊기로 하자.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우리는 지금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고객에게 팔고 있거나 팔아야만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다.


그럼 제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만드는 것, 우리가 파는 것, 사람들이 돈 주고 사는 것, 사람들이 무료로 쓰지만 대신에 트래픽을 늘려서 광고 사업을 가능케 하는 것, 무료로 쓰지만 데이터를 준 덕분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은 것들은 나는 단연코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품은 아주 단순하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수단 또는 매개물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1)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고


2) 문제를 해결하고 제공하는 가치의 총량이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에 상응하지 못하면 소용없고

- 지불 의향 수준보다 비싼 값을 부르거나 (= 시장이 형성되지 못함)

- 지불한 것보다 가치의 총량이 적거나 (= 값어치를 못함)

- 단, 이때의 지불은 돈 이외에도 시간(을 들게 게하는 노력과 관심, 불편함 등)을 모두 포함한다


3) 이때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디테일일 뿐이므로 다를 수도,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란 누구인가?


그럼 이런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은

1) 무엇이 되었든 문제를 경험하고 있고

2) 이를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서라도 해결하고자 하고 (해결하고 싶을 수준만큼 문제를 경험하고)

3) 또한 이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불 역량이 있는

개인 또는 조직이다


바꿔 말하면

1) 애초에 문제가 없거나 (없다고 생각하거나)

2) 있더라도 구태여 이를 해결할 생각이 없거나

3) 해결할 생각은 있어도 구매할 능력이 없다면


애초에 우리 제품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거나, 형성되었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은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대상이 아니다.




다시, 고객이란 누구인가?
우리의 고객은 정확히 누구인가?


제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수단 또는 매개물이다. 고객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고 이를 위해 값을 지불할 의사와 역량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듯, 제품/서비스를 찾아오는 고객도 가지각색이다. 회원번호 7745번 고객도 우리 고객이고, 회원 유형이 3번 타입인 고객도 우리 고객이다. 일반 등급 회원도, VIP 등급 회원도 모두 고객이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누구에게 제품을 팔고 있는 걸까?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정확히 누구인가?


기사 식당에는 택시 기사님들만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사'식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식당의 핵심 고객은 기사님들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기사 식당은 택시 기사님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따라서 식당을 방문하는 가장 주요한-가장 자주 오거나, 가장 많이 오거나, 가장 오래 오거나-고객이 기사님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수와 유형, 종류의 고객 중에서 우리 제품의 핵심 가치에 가장 공감하는 고객, 그 결과 우리 제품을 가장 사랑해 주는 고객, 이를 통해 우리 제품에 가장 많은 대가를 지불해 주는 고객이 핵심 고객이다. 혹은 우리 제품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고객, 우리 제품이 가장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는 고객이 핵심 고객이다. 쉽게 말하면 제품과 핏 fit이 잘 맞는 고객이다.



※ 다만 이는 흑과 백, 0과 1, Yes or No의 개념이 아니다. 세상 대부분은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념은 스펙트럼 spectrum 혹은 집합으로서 존재한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이고, 그 가운데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혹은 어느 정도가 교차하는지의 문제다.


고객 개발은 이처럼 우리 제품과 핏이 가장 잘 맞는 고객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알아가고, 정의하는 과정이다. 수많은 고객 중에서 우리와 가장 핏이 잘 맞는 고객을 우리는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는가? 그들이 누구라고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가 제품을 파는 대상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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