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을 정의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말라
명확한 end-image부터 시작하기
신입~주니어 시절에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무엇이었는가 생각해 보니, 풀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거나 그 문제를 풀었을 때 도출되어야 하는 결과물의 모습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는데, 혹은 이를 내 상사나 요청자와 협의하지 못했는데 곧장 세부적인 방법론과 기술에 빠져든 것이다.
화면을 설계하든, 정책을 수립하든, 분석을 하든, 대시보드를 만들든, 프로세스를 개선하든 무엇이든 간에 모든 업무에는 기획이 숨어있다. 이때의 기획이란 재미난 아이디어, 톡톡 튀는 순발력과 창의력 따위가 아니라
1) 배경과 맥락, 그리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이들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이번 작업 내지는 프로젝트를 통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도출하여 명확하게 정의하고
2) 이를 해결했을 때에 그럼 어떤 결과물이 도출되어야 하는지, 어떤 결과물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며 이는 다시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 예컨대 작업물이라면 형태와 분량, 실험이라면 핵심 지표 - 최종적인 모습(end-image)을 정의하고 논의한 뒤
3) 그런 뒤에야 현재의 상황과 위치에서 그 결과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또는 답을 구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인데 (=구직자나 저연차에서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기획. 특히 서비스 기획)
아직 이러한 과정이 익숙지 않은 신입이나 주니어들은 (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연차와 무관한 것 같다) 정확히 이 순서를 거꾸로 한다. 혹은 기획에 대해 조금 들아봤고 일머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1-3-2의 순서를 하거나 2를 아예 잊어버리곤 한다.
그런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보니 솔직히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물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은 재미가 없다. 고루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반면 문제를 푸는 과정은 결과물도 보이고 집중하는 느낌도 들고 자기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뿌듯함을 줄 때도 있다.
그러나 순서는 무조건 1-2-3이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걸 풀어서 구해내야 하는 답이 객관식인지 주관식인지, 객관식이라면 몇 개를 골라야 하고 주관식이라면 분량과 형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대뜸 펜을 잡고 자기가 아는 공식부터 꺼내 쓰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2번, 세부사항을 구상하기 전에 결과물부터 상상하고 정의하라는 말을 여러 유형의 작업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1) UX 메시지 작성 : 이 메시지를 받은 고객이 받는 느낌 혹은 드는 생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때의 최종 모습)
2) 대시보드 구축 : 대시보드의 치트 형태와 기간 범위, 척도 등이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가? (= 대시보드 구축 작업의 최종 모습)
3) 제품 기획 : 이 제품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한 모습은 무엇인가? (= 제품을 통해 고객이 도달하는 최종 모습. 우리의 지표는 그다음의 문제다)
4) 실험 설계 : 이러한 변화를 통해 고객에게 나타나야 하는 행동의 변화는 무엇이고 이는 어떤 지표로 드러낼 수 있는가? ( 실험 KPI 정의 역시 이 관점이며 실험에는 성공과 실패 개념이 상대적으로 명확하기에 KPI 대신 '성공의 정의'라고도 부른다.)
5) 설문/인터뷰 설계 : 이 질문을 하면 고객이 무슨 답을 할 거 같은가? (이는 당연히 가설이지만, 그럼에도 예상 답안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정보와 결이 맞지 않고 아예 엉뚱한 답이 나올 것 같다면 맞지 않는 질문지다.)
한 줄 결론.
문제 정의하고 결과물도 정의하고 그다음에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