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는 늘 고객이 있다고 생각하고 쓰자
본론을 쓰기에 앞서 우선 나부터 반성.
최근 2년간은 브런치에 프로덕트 매니징과 관련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글을 써왔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몇 년 간은 블로그에 수필과 서평을 주로 쓰곤 했다. 소설과 수필을 탐독하며 문학가의 감성을 품고 살며 글과 말에 공을 들이던 때라, 때로 어휘는 어긋나고 문장은 투박했지만 그 틈 사이로 나만의 생각과 색깔도 제법 드러났다. 누구도 봐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썼음에도, 꾸준히 응원하는 분들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에 쓰는 글은 대개 정보와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개인 블로그에, 수필과 서평을 쓰던 때와 다를 바 없이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가 봐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쓴다는 것. 다시 말해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자기만족과 자기 치유의 글은 그 자체로 위안과 의미가 된다. 어쩌면 고객도, 결론도, 가독성도 필요치 않다. 온전히 나를 위안 글쓰기니까.
그러나 정보를 전달하고, 주장을 하고, 설득을 하는 글에는 모두 고객이 있다. 고객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써야 한다. 내 글을 읽는 핵심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이 글을 읽는 상황과 환경은 무엇이며, 그러므로 내 글은 어떤 효용을 줄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하거나 제안할 수 있을 것인가. 웹/앱만이 아니라 글 역시 하나의 상품이다. (콘텐츠로서의 글은 진즉부터 상품이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1. 최근에서야 내 글 하나하나가 콘텐츠로서의 포트폴리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2. 그간 브랜딩 목적보다는, 내 생각을 정리해 두기 위한 목적으로 브런치 글을 써왔음을 실감했고
3. 과제 피드백 멘토링을 하다 보니 '아, 취준생 친구들에게도 고객을 고려한 글쓰기 경험이 부족하구나' 하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좋은 글쓰기를 한다는 건 문장의 섬세함과 자신만의 감수성, 깊고 뾰족한 사고와 혜안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내 글에는 지금 고객이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쓰는 것이라는 생각과 반성을 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