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콘텐츠에 대한 몇 가지 단상 또는 의구심
물론 저는 네카라쿠배당토 PM이 아니니 대충 읽으시면 됩니다
1.
브런치를 시작으로 요즘IT, 퍼블리 등의 아티클 형태의 콘텐츠 플랫폼과 VOD 플랫폼 인프런, 그리고 패스트캠퍼스, 팀스파르타, 메가스터디, 코드스테이츠 등 시장의 꽤 굵직한 기업들과 강의, 강연, 멘토링 형태로 협업을 하고 있다. 세부 주제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PM 또는 PO라고 불리는 직무에 대한 이해 및 취업/직무전환을 준비하는데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2.
그런데 이런 작업 또는 협업을 하다보니, 서로가 생각하는 기획자/PM/PO의 정의가 다르고 그렇기에 생각하는 역할과 필요 역량이 다르다는 걸 자주 실감한다.
나는 '왜 PM/PO 취준생 또는 신입이 자꾸 정책, 기능, 화면 설계자로서 일하려들까?' 고민했는데,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전천후에서 PM으로 일한 친구는 내게 '왜 PM이 (고객개발 등의) 마케팅까지 신경 쓰냐', '가설검증은 오로지 A/B Test로 하는 거다' 같은 이야기를 해 적잖이 놀랐다. 서로가 생각하는 개념과 관점, 역할과 책임, 심지어는 방법론이 모두 달랐다.
3.
솔직히 지금도 나는 왜 많은 PM/PO 또는 취준생들이 '제품/서비스 = 웹/앱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검증해야 할 가설은 오로지 '~하면 ~지표가 ~% 오를 거다'라는 것만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그게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게 전부가 아닌데 그게 전부인 것처럼 회자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소비재는 제품이 아닌가? 교육은 서비스가 아닌가? 콘텐츠는 제품이 아닌가? 만약 프로덕트 매니저가 웹/앱의 기능만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름은 애초에 웹/앱 매니저여야 하는 거 아닌가? 화면과 정책, 기능만이 핵심이었다면 매니저가 아니라 설계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지표가 어떻고' 하는 것만이 가설이었다면 '지표 가설'이라는 말이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주 발칙하고 당돌한 생각을 하곤 한다.
4.
사업은 인사, 재무/회계, 법무 등의 행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오로지 제품 또는 서비스의 제작과 그것을 구매해 줄 고객의 발굴 및 창출 두 가지 외에는 없다. 이를 세분화해서 마케팅과 PR, 브랜딩, 영업과 사업개발 등이 있을 뿐이다. 제품을 담당한다는 건 공장처럼 정책, 기능을 검토하여 설계하고 일정을 조율하여 납품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고객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있어야 한다. 그게 사업의 나머지 한 축이니까.
5.
그러나 이는 요즘 식으로 "꼰대"의 발언일 테다. 더 거칠게 표현하면 네카라쿠배당토 PM도 아닌, 연봉 1억 찍은 것도 아닌 놈이 하는 어설픈 이야기일 테다. 왜냐하면 시장의 반응은 명확하니까. 내가 쓴 글에서도 가장 많은 조회수와 반응을 기록한 건 API와 DB 등에 대한 이야기다. 꾸준히 팔리는 강의는 문제 정의 강의가 아닌 Test Case 작성과 QA 노하우를 담은 강의다. 당장 필요한 것, 당장 성과가 보이는 건 하드스킬과 지식이니까.
6.
각 잡고 리서치를 해본 건 아니지만 어쩌면 시장의 반응이 이러한 건 'PM'으로 일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에이전시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제품과 고객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당장 무어라도 만들어야 하기에 UX/UI와 정책, 기능 설계가 필요한 초기 창업팀 내지는 10인 내외의 스타트업이 더 많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정말로 API가 뭐고 DB가 뭐고, 화면설계서와 QA 시나리오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일 수 있다. 동의한다. 나 역시도 그게 필요한 시점이 있었으니까.
7.
그런데 그게 시작일지언정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PM이라 부르든 PO라 부르든, 기획자에게 하드스킬과 지식은 일부일 뿐이다. 기술자가 아니니까. 필요한 건 관점이다.
8.
아울러 내 고객은 대표나 윗사람이 아니라 구매자/사용자와 같은 고객이어야 한다. '대표님이 어쩌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모든 고객이 옳거나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고객이 어쩌고...'가 되어야 한다.
9.
친애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네가 하는 PM 역할과 방법론, 관점은 이상적이긴 한데, 그렇게 하는 곳은 밖에 나가면 진짜 없을 거야. 대부분 이해관계, 윗사람 직감으로 일하지." 내가 배우기는 제대로 배웠구나 하는 감사함 내지는 안도감과, 이직을 하게 되면 참 힘들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10.
나는 "N주 강의면 누구나 PM이 될 수 있습니다"라든가 "데이터 드리븐" 이라든가, "역기획"이라든가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N주만에 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결국은 대부분은 기능 정책/UX 설계에 그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 드리븐이 마치 무슨 새로운 개념인 것처럼 잘못 오해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고, 역기획이 UX와 기능/정책에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관점과 맥락의 부재에 대한 우려다.
물론 이 역시 네카라쿠배당토 PM도 아닌 어설픈 놈이 하는 어설픈 소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