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터 Dec 31. 2023

기획자/PM에게 중요한 건 기술보단 관점이라서

<공식을 넘어서는 데이터 마인드셋>을 읽고

※ 작가님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거절할 수 없는 키워드 "마인드셋"


얼마 전 브런치로 신간 서평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도 올해 여름 첫 책을 내었을 때 안면도 없는 브런치 작가분들께 콜드메일을 보내 도움을 구하였고 또 그중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움을 주셨기에, 저 역시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다만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처음엔 잠시 망설였습니다. 숫자와 분석을 좋아하고, 분석가가 따로 없는 스타트업이기에 PM이자 동시에 분석가로서 일을 하고, 이 밖에도 데이터와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공식적으로 분석가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책의 소개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인드셋'을 제목에 둔 책이라니.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책장에는 통계와 수학, 문해력, 파이썬과 SQL 등 데이터와 관련된 책이 어림잡아 50권 즈음 있는데요, 그중에 어떤 책도 '마인드셋'을 전면에 내세운 책은 없었습니다. (물론 읽다 보면 마인드셋을 짚어주는 책은 당연히 있지만요)


더군다나 제 책에서도 'PM으로서 중요한 건 기술과 용어가 아니라 맥락과 관점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저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관점 + 실전 지침서


그런데 사실 본질과 맥락, 관점과 마인드셋과 같은 멋진 단어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기술이나 용어, 혹은 업무 현장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부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본질과 맥락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에 "손가락이 아니라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쓰곤 하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손가락은 있어야 하는 식이랄까요. 중요한 건 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가락을 펴지도 말고 결코 잠깐이라도 쳐다보지도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그래서인지 책은 현재 산업과 시장에서의 데이터의 현황부터, 제목에서 이야기한 관점을 키우기 위한 노하우, 그리고 제품/서비스 관련 직무로서 봐야 할 지표와, 분석의 프로세스, 그리고 데이터 직군과의 협에 대한 이야기 등 크게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록으로는 SQL과 통계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고요.


처음에는 <확률적 사고의 힘>의 힘이나 <안티프래질> 혹은 <신호와 소음>과 같이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데이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예상했었는데-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데이터에 대한 관점, 사고관이긴 합니다-생각보다 더욱 구체적인, 실전에서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표지를 다시 펴보니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 분석 실전 워크북"이라는 부제가 있었습니다. 아하! 어쨌든 연구자나 교육자가 아닌 우리는 관점도 좋고 맥락도 좋지만 어쨌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니까요. 관점은 관점대로 짚어주고, "알겠는데 그래서 무슨 지표를 보면 되냐? 회사의 누구와 어떻게 협업하면 되는 거냐?" 하는 질문에도 답을 주는, 말 그대로 '실전 워크북'이라는 부제목에 십분 동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그래서 책은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제품/서비스 업무를 하며 분석을 하긴 해야 하는데 대체 무슨 지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

2. 회사에 분석가가 없어 고군분투 중인데 나와 팀이 함께 참고할 만 지침서를 찾고 계신 분들

3. 통계나 리터러시, 기술에 대한 책은 너무 어렵고 낯설어 가볍게 몸풀기부터 시작하길 희망하는 분들


책이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를 전부 다루고 있기에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더 깊고 자세하게 다룬 책들이 많겠지만, 이제 막 관련 업무를 시작하신 분들, 혹은 그래야만 하는 분들에게는 관점과 개념을 가볍게 익히면서 실전에서 당장 써먹을만한 기술과 용어도 짚어주는 이 책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보단 관점이라서


chatGPT 3.5의 발표로 업게 전반이 시끌벅적한 한 해였습니다. 기술자는 기술자대로, 기획자는 기획자대로 업무에서의 쓰임을 연구하기도 하고, 또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각자의 일이 대체되진 않을까 불안한 미래를 점쳐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또는 숙련된 기술자는 대체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해였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인간 평균만큼의 지능을 지닌 강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카더라)이 어느 SNS에 암암리에 돌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무엇이 되었든 이것 하나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어느 일을 하든지 간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기술보단 관점이라는 거죠. 생성형 AI가 코드도 짜주고 검수도 해주는 시대에도,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본질과 맥락을 이해하고 관점을 토대로 판을 설계하는 무기가 남아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쩌면 '요새 기획자/PM이라면 데이터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 뭘 공부하면 되나요?'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섣불리 SQL이나 Python 같은 걸 배우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확실함에도 결정해야 하는 기획자/PM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