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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Nov 30. 2024

직무 관련 글쓰기는 어떻게 삶의 저변을 넓히는가

브런치가 가져다준 뜻밖의 순간들

얼마 전, 메가스터디 계열사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데이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많은 지표와 자료 중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식과 기술보다는 비(非) 데이터 직군으로서 필요한 관점과 일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간단한 실습도 곁들였죠. 전공도, 커리어의 시작도 데이터와는 거리가 멀었던 저로서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재직자분들께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자리는 '기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중개 기업을 통해 성사됩니다. 전문 강사도 아니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 일개 직장인이 직접 고객과 연결될 일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특이하게도 메가스터디와 맺은 이전의 연을 계기로 직접 제안을 받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대부분의 일은 과거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까지요. 그런데 인생이 어렵고 또 그만큼 재미있는 이유는 사소하다고 여긴 행동이 때로 예상치 못한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무를 전환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좌절하던 시절에 시작한 글쓰기가 출간 제안을 받아 책이 되었습니다. 그 책은 다시 취업준비생을 위한 부트캠프나 강의에서 멘토 또는 강사로의 기회를 이어주었고,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두 번째 책을 제안받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직무 적응을 위해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쓴 글은 지난 연말 퍼블리 담당자분의 눈에 띄어 퍼블리에 게재되었고, 한 달 넘게 순위권 글로 남았습니다. 그 글은 또 다른 콘텐츠 협업으로 이어졌죠. 또한 데이터 직군이 아님에도 데이터에 관심을 가졌던 덕에 '데이터야놀자' 준비위원이자 강연자로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한빛미디어를 통해 O'Reilly 도서 번역에 참여하는 일로 연결되었습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연(緣)이 다른 연으로 이어지기까지 제가 기여한 바는 3할은커녕 얼마 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혼자 크는 사람 없고, 혼자 성과 내는 사람 없다"는 선배들의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딱 한 가지 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글을 쓴 것입니다. 매사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누가 나를 뭐라 하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상상에 움츠러들던 날에도 글쓰기만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여기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호외요, 호외! 글을 쓰면 돈이 됩니다!" 같은 철지난 장사치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쓰기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삶의 저변을 어떻게 넓히는지, 그리고 인생이 내 노력 외에도 얼마나 많은 연과 운으로 따뜻해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커리어에 관한 글쓰기는 큰 조직에 다니거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해야해는 거야'라는 생각을 떨치고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결혼 준비와 신혼 생활, 그리고 두 번째 책 준비로 개인 공간에 글을 쓰는 일이 뜸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일하고 배우며 익힌 것들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는, 이 단순하고도 넉넉한 활동을 다시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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